울산 남구 삼산동 모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이모씨(35)는 최근 울산지법에서 전세 아파트의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인근 다른 동으로 이사를 한차례 다녀온 것으로 돼 있었던 것. 이런 경우엔 전입신고와 동시에 받아둔 확정일자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된다.
이씨는 올해 초 전세기간이 만료돼 집주인에게 전세금 3800만원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으나 주인이 차일피일 미루는 등 낌새가 수상한 데다 지난달에는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갔다는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보게 된 것이다.
이씨가 이 아파트로 이사온 것은 99년 1월.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본 결과 근저당이 잡혀 있지 않은 ‘깨끗한’ 아파트여서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면서 확정일자까지 받아뒀다. 33평형인 이 아파트의 당시 시세가 6000여만원이어서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가도 전세금은 1순위로 돌려 받을 수 있게 된 것.
하지만 이씨는 이사온 지 1년 뒤인 지난해 1월18일 인근 남구 달동의 개인주택으로 이사간 뒤 3일 뒤인 21일 다시 전입해 온 것으로 동사무소에 신고돼 있었다.
이사를 가면서 아파트 전세금에 대한 확정일자 효력은 자동 상실됐으며 이사를 간 3일 동안 집주인 이모씨(45)는 이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4300만원을 대출받은 뒤 갚지 않아경매절차가 진행중이다.
이씨는 동사무소에 허위로 자신의 전출입신고를 한 박모씨(여·31)가 집주인과 공모한 것으로 보고 박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울산 남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전출입 신고는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장난을 칠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수시로 주민등록을 확인해보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