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신문엔 없다'

  • 입력 2001년 4월 24일 10시 50분


▼'신문엔 없다' 염성덕 지음/컬처클럽 펴냄/288쪽 9000원▼

옆에서 일하는 동료로부터 책을 선물받았다. 자기가 지었지만 좀 창피하다는 겸손의 말과 함께. 모처럼 다 읽었다. 짤막짤막한 글(3쪽이 채 안넘어감) 70여편에 담긴 저자의 진정성(眞情性)이 그야말로 여실히 다가온다.

이 책의 제목 '신문엔 없다'가 무척 도전적이듯이, 부제 '시경캡 출신의 정통 사회부기자가 쓴 신문에서 못다한 이야기'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많은 분야의 기자중 사회부기자는 무엇이고 사회부기자의 '꽃'인 경찰기자, 그리고 그 수장인 시경캡은 어떤 종류의 인간인가.

[책소개 방송 듣기]4월 16일 KBS 제1라디오 '책마을 산책' 중에서
[책소개 방송 듣기]4월 21일 CBS FM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중 8:00~9:00 부분

이 책은 기자의 눈으로 본 사회고발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곳곳의 여백에 측은지심이 가득 하다. 가진 자들의 뻔뻔함, 전쟁에 내팽개쳐진 아이들, 소외된 자들의 아픔… 각가지 사건사고의 뒤언저리를 보는 그의 시각은 참으로 따뜻하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가끔은 벙긋이 웃기도 하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영락없이 우직한 황소다. 도무지 별 말이 없다. 말없이 소웃음을 지는 그를 누구는 '미련한 곰'에 비유했다던가. 이 책은 융통성이 없을 것같은 우직함속에 가득 들어있던 그의 바지런함의 산물이다.

신문사 윤전기를 세운 일, 포화가 작렬하는 걸프전쟁의 한 가운데 뛰어들어 생사의 기로에 섰던 일, 외로운 남극의 '과학전사'들의 이야기, 올챙이기자시절의 에피소드, 촌지에 얽힌 이야기들은, 이 책 아무데나 펼치고 술술 읽으면 된다.

지금도 거의 마찬가지이기는 하나 사회부기자, 그것도 경찰기자를 생각하면 '치열(熾熱)'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치열이라는 한자에 불 화(火)자가 들어있듯이, 경찰기자들을 기사를 위하여 피와 땀을 바치며 불꽃경쟁을 한다. 불꽃같이 피어올랐다가 불꽃같이 스러지기도 한다. 용하다. 그 성실함이. 짬짬이 메모를 하여 이런 기록물을 남긴게. 다행이다. 현장에 있던 기자는 이런 '증언'을 너도나도 해야 할 것이나, 조금만 쉴 시간이 있으면 눈 붙이기에 바빠 차마 책으로 남길 생각도 못하는 판에, 이런 기록물이 나온게. 의당 그러했을 것이다.

자본과 언론의 사명은 언제나 상충되는가. 활자화되지 못한 울분을 술로 푸는 신참내기 기자들은 맥이 풀린다. 그들을 다독이는 큰형님같은 캡이 있다. 어떤 의미로는 혈육보다 더 끈끈한 무엇이 있다.

언론개혁이 최대의 화두가 되어있다. 시민연대들이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고 난리이다. 큰 테두리로 다 맞는 말이라고 하자. 그러나 그 속에도 진실된 기자는 부지기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땀이 참 값지다고 느낀다면, 그도 그 중의 한 명이 아닐까.

이 책을 그의 아내가 읽으면, 엄청 힘들었을 신혼초 시절, 남편에 대한 야속함이 일정부분 가시리라. 그랬었구나, 내 남편은 그렇게 혹독하고 치열하게 살았구나. 내가 아낙네로 속이 좁았구나. 장하다. 내 남편, 이러지 않을까. 그 시련을 못버티고 이혼해버린 후배 몇몇의 이야기는 실화이다.

그는 늘 같이 하지 못하는 아들 진우에 대한 사랑,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글 편편에 전하고 있다.

최영록<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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