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3인'이 보는 리더십]보내는 아픔딛고 모두 웃을 날

입력 2001-01-09 19:00수정 2009-09-21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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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건설 남상국사장-새 일터 적극 지원

“피를 나눈 형제보다 가까웠던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을 때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습니다.”

98년 대우사태 이후 자금난에 휘말려 지난해 3월 이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중인 대우건설의 남상국 사장(사진). 그는 98년 외환위기 이후 시작한 구조조정에서 전체 직원(4700명·97년 말 기준)의 40%에 가까운 1700여명을 감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차장급을 중심으로 500여명을 정리해고했다.

“건설현장이 생기면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년까지 한솥밥을 먹고 같은 막사에서 생활합니다. 회사의 상사이기 이전에 그렇게 20년 가까이 형처럼 아우처럼 지내며 정을 쌓아왔던 직원들을 내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직원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 경영진 삼자가 머리를 맞대고 두 달여 동안 퇴직자 선정 기준을 만들었다. 퇴직직원들의 창업이나 재취업을 지원하려고 회사 내에 ‘종합취업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12월27일 ㈜대우에서 분리돼 신설법인 대우건설로 새 출발한 뒤 남사장은 매일 출근길에 ‘더 이상 인위적인 인력 감축은 하지 않겠다. 새로운 일터를 만들어 나간 직원들을 다시 불러들이자’고 다짐한다. 이를 위해 올해 수주는 작년보다 23% 늘어난 4조2000억원, 매출은 10% 증가한 3조2000억원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출근시간도 예전보다 30분 정도 앞당겼고 현장도 더욱 꼼꼼히 챙긴다.

“2003년까지는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초우량 건설기업으로 재도약할 겁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드림라인 김일환 사장-직원과 많은 대화

지난해 천당과 지옥을 오간 벤처업계. 초고속망 업체인 드림라인의 김일환사장(사진)도 그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었다.

지난해 상반기 5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가 다섯달 뒤인 11월 직원 720명중 30%에 가까운 200여명을 감원한 것. IT업계로서는 첫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결과 지난해에는 매출 850억원, 경상적자 450억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매출 1800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예상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조조정 당시에는 오해도 많았다.

98년 설립된 신생업체가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정도로 자금 유동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받았던 것. 경영 능력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받았다.

“정보통신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과당 경쟁이 시작되고 주식시장이 침체한 게 원인이 됐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은 철저히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절차를 밟았다.

“두어 달 동안은 거의 매일 퇴직 대상 직원들과 저녁자리를 같이하면서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김사장은 지난해 말 사옥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서초구 서초동으로 옮기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경영 시스템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반년도 안돼 내몰아야 했던 직원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직장을 꼭 만들겠습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신세대주부 송정은씨-힘들어도 저축을…

“우리 예쁜 딸은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개미허리가 되도록 허리띠를 졸라 매야죠.”

신세대 주부 송정은씨(26·사진). 고등학교 일본어강사를 하다 작년 5월 딸 채영이를 낳기 전에 퇴직했다. 조흥은행 본점에서 일하는 남편 김병희씨의 월급만으론 세 식구 살기 빠듯하다.

과거 남편 2400만원, 본인 900만원 등 연 3300만원의 1년 가계 예산이 지금은 2400만원으로 깎였다. 게다가 남편의 직장이 ‘경영정상화 대상’으로 분류돼 내년까지 월급이 동결되기 때문에 수입이 늘어날 기미가 전혀 없다. 그래서 송씨는 무자비하게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매주 두 번은 기본이었던 남편과의 외식은 일절 사양. 외식 후 영화보고 노래방에서 한 곡 뽑는 것도 이젠 그만두기로 했다.

‘남편만 예뻐해주면 되지…’ 하는 생각에 옷이나 화장품도 사지 않는다. 애 장난감도 웬만한 것은 직접 만든다. 작게는 수도꼭지 물 잠그기, 사람없는 방 불끄기 등등 자린고비 생활이 몸에 뱄다. 결혼 한 달 전인 99년 4월에는 아파트 전세금 6000만원을 빼 4000만원짜리 연립으로 옮겼다. “연립도 시세는 5800만원이었는데 싸게 들어갔어요. 집주인이 시부모님이거든요.”

덕분에 1000만원을 아는 사람에게 빌려주어 매달 20만원씩 이자를 받고, 월 30만원씩 적금도 계속 붓고 있다. 경제권을 꽉 쥐고 절약하지만 남편에 대한 ‘투자’는 적극 권장한다.

“어차피 은행도 평생직장이 아닌 데 ‘몸값’을 높이려면 영어학원, 컴퓨터학원을 돈 아끼지 말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하고 있지요.”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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