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경씨 '판교 예찬']"땅밟고 사는 즐거움 남달라요"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9시 10분


“땅을 밟고 산다는 게 이렇게 좋은 줄 몰랐습니다. 공기도 좋고요. 편의 시설만 잘 갖춰져 있다면 판교보다 좋은 곳이 없을 거예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 사는 고희경씨(37·예술의 전당 홍보섭외팀장)는 판교 예찬론자다.

분당 신도시내 아파트에 살다가 1년반 전 인터넷 사이트에 은행 공매로 나온 이 집으로 이사온 고씨는 남편과 열살배기 딸, 친정 부모님과 함께 마당을 가꾸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보면 자연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 초등학교 3학년인 딸이 뒷산과 연결된 마당에서 뛰노는 모습을 보면 서울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이런 천국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죠.”

남편 이승엽씨(40)와 같은 직장에 다니는 고씨는 집이 판교인터체인지와 가까워 직장에 차로 40∼50분이면 온다. 분당에 살 때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이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편리해진 편.

“출퇴근은 좋아졌지만 정작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은 거의 없습니다. 목욕탕을 한 번 가려고 해도 차를 타고 20분은 나가야 해요.”

판교에는 병원이나 목욕탕이 없다. 76년이래 각종 건축이 제한돼 새 편의시설이 들어서지 못했기 때문. 이로 인해 고씨는 처음에는 ‘한적한 오지 마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분당에 흔한 백화점 셔틀버스를 판교에서는 구경할 수가 없어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동네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줄은 몰랐어요.”

그러나 고씨는 지금 사는 2층짜리 집을 떠날 생각이 없다. 생활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몇 배 이상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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