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안재욱 "이제 곧 서른…잔치는 시작이다"

  • 입력 2000년 12월 18일 20시 25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닮았다는 이야기에 씩 웃다가도 “근데 그게 누구냐”고 반문한다. 팔뚝에 새긴 문신으로 은근히 겁을 주지만 막상 싸움이 붙으면 나가 떨어지기 일수다. 자기가 살기 위해서 여동생 친구의 어머니가 숨어있는 곳을 깡패들에게 고자질하는가 하면 ‘꽃뱀’의 기둥서방 역할도 마다않는다.

요즘 MBC 주말드라마 ‘엄마야 누나야’에서 뒷골목 건달 ‘공수철’로 등장하는 ‘테리우스’안재욱의 모습이다. ‘별은 내 가슴에’에서 스포츠카를 몰던 귀공자같은 모습도 ‘복수혈전’에서 싸움이라면 천하무적이던 터프가이의 모습도 찾을 수 없다.

알록달록한 셔츠에 뾰족구두를 신고 온갖 엠블렘을 요란하게 붙인 노란색 중고차를 몰고 다니는 그를 보면 ‘안재욱이 주인공 맞아’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년 꽉찬 서른을 앞둔 그를 서울 강남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났다.

―항상 멋쟁이 터프가이 역만 맡다가 뒷골목 3류깡패 연기는 처음인 것 같은데.

“좀 다르죠. 공수철은 내세울 것 하나 없으면서 기죽지 않고 살려고 허풍만 가득한 남자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제가 맡았던 역과 크게 다르다고 보진 않아요. 사실 제가 연기했던 인물들은 공통점이 숨어있어요. 하나같이 겉으론 강해보이지만 속에는 알맹이없는 허무감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죠. 공수철도 바로 그런 허무감을 사랑으로 메꿔가게 됩니다.”

―미니시리즈에선 항상 화면을 가득 메운 주인공이었는데 첫출연하는 주말드라마에선 얼굴보기가 힘든데 어찌된 일입니까.

“4년여간 미니시리즈에만 매달리다 보니 호흡이 긴 정통연기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래서 주말드라마를 택했느데 사람들은 미니시리즈에서의 제모습에 익숙하다보니 드라마 초반 제 비중이 적은 것에 당황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미니시리즈는 길어야 16부작이지만 주말드라마는 50부작이 넘잖아요. 초반부 경빈(고수)과 승리(김소연) 쌍둥이 남매의 수수께끼가 풀리고 20부가 넘어가면 황수정씨와 제 관계가 극의 중심으로 떠오를 겁니다.”

―94년 데뷔이래 연기파 연기자로 자리잡아가다 97년 ‘별은 내 가슴에’이후 대중스타로 변신했지요. 하지만 자신의 다양한 잠재력을 포기했다는 지적을 받지는 않나요.

“솔직히 그런 말은 사치로 들립니다. 남들에겐 어떻게 비칠지 몰라도 저에겐 배역 하나하나가 항상 모험이고 도전이었으니깐요. 좋은건지 나쁜건지 제가 출연한 드라마는 한결같이 시청률이 30%를 넘겼기 때문에 어떤 배역이든 실패하지 않기 위해 내안의 모든 것을 끄집어내려 노력합니다.”

―TV로는 성공했지만 영화배우나 가수로는 운이 따르지 않은 것 같은데….

“영화는 ‘러브 러브’나 ‘찜’에 출연한 뒤 연기를 후회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키스할까요’에서 영화가 제작자의 입김으로 변질되는 것을 보고 실망이 너무 컸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거리를 둬왔지만 내년말쯤엔 다시 도전해볼까 합니다. 가수활동은 솔직히 음반작업 보다는 콘서트를 통한 팬서비스차원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큰 욕심은 없습니다. 내년 4집을 내놓고 가수활동의 승부를 지을 생각입니다.”

―중국에선 한국인 중 최고의 스타로 꼽힌다는데.

“솔직히 중국을 가면 공항 직원부터 사인을 해달라고 줄을 서 당황할 정도에요. 지난달말에도 상하이 3개 방송국 공동으로 ‘불법음반 퇴치운동’ 캠페인으로 전세계에서 7개팀을 초청한 콘서트에 한국대표로 초청돼 다녀왔습니다. 내년 중에는 중국내 진출한 국내기업 중 하나를 스폰서로 잡고 순회 콘서트나 한중합작영화 출연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최근 탤런트 송윤아와의 열애설 등 스캔들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들었습니다.

“(한동안 얼굴이 굳어있더니)솔직히 내가 먼저 좋아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서로 감정이 무르익기도 전에 언론에서 먼저 기사를 터뜨리는 바람에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깨끗이 정리했습니다. (냉소적 목소리로) 사랑이나 결혼도 제가 하는 것이 아니더라구요.”

―내년이면 꽉 찬 서른인데 앞으로의 계획은.

“늘 서른의 나이를 동경해왔어요. 남자로서 정신없이 살다가 뒤를 돌아볼 여유도 생기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40대를 준비할 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20대의 제 연기가 추측과 상상에 의지해왔다면 이젠 제 인생경험을 녹여넣은 연기를 펼쳐보이고 싶습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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