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소수정예 특화유치원]'장난같은 창의력교육' 맘에 쏘옥~

  • 입력 2000년 12월 17일 19시 31분


소수정예를 대상으로 하는 ‘대안 유치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학습과목 강의법 강의시간 등을 자유롭게 특화한 일종의 실험학교인 셈이다.

‘하바’에서는 교과서적인 창의력을 배제한다. 학부모 최희경씨(32·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일부러 아이들의 장난기를 건드리는 것 같아요. 집에서 하면 부모에게 혼날지 모를 장난이 대부분인데, 여기서 상상의 날개를 펴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스타킹에 잡지 꾸겨넣기?

두루마리 화장지 하나씩을 주고 끝없이 늘어뜨리게 한다. 화장지를 풀다가 엉키면 엄마가 거들어 준다. 방안이 휴지로 도배할 정도가 되면 일정부분을 찢게 해 엄마의 몸에 감게 한다. 엄마를 ‘미라’로 만드는 동안 자녀는 판단력과 근력을 기르고 호흡을 맞추는 사이 협동심도 기르게 하는 교육놀이다. 힘겹게 휴지를 푸는 동안에도 다른 아이가 풀어놓은 휴지를 밟으면 지적을 받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예의를 배우기 위한 것이다.

하루 5시간, 주 5일 수업과도 거리가 멀다. 하루 두세시간씩 프로그램에 따라 일주일에 두세번 정도 나오고 만다. 소수정예를 고수하는 탓에 10개월씩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는 사람들도 있고, 정원이 더 적은 상급자반으로 올라갈 때면 제비뽑기를 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 영어를 도구로 수리-과학 익혀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설리번 스쿨’은 영어 ‘자체’를 가르치는 일반적인 영어 유치원들과는 달리 영어를 ‘도구’로 수리 스페인어 과학 음악 등을 가르친다. 15명씩 2반을 두고 하루 5시간씩 하드트레이닝을 하는데 접수가 일찍 끝나면 대기자 명단에 올려 다음 학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알아듣든, 못알아 듣든 일방적인 영어수업이 계속된다. 일어 중국어가 아닌 스페인어를 가르치는 이유에 대해 정마리 원장(41)은 “서양언어권 중 하나인 영어를 폭 넓게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동물흉내로 운동력 키우기도

체력을 길러주는 유치원들 중 보다 ‘원초적인 운동력’을 특화한 시설도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지그재그클럽’에서는 아이들의 ‘움직임’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 뜀틀 미끄럼틀 등 기구를 자주 사용하면 당장 근력이나 지구력은 좋아질 수 있지만 신체의 균형 있는 발달을 위해서는 몸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바로잡는 기본 체조가 더 유익하다는 판단 때문. 개구리 등 곤충과 동물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것은 모방능력과 지능계발에도 도움이 된다.

서울대 조수철 교수(아동정신과)는 “특화된 유치원을 다닌다고 당장 ‘두드러진 우리 아이’가 되는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라며 “기본적으로는 어려서부터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사고력 판단력을 길러주는 데 유아교육의 중심을 둬야 하며 보조수단으로 대안교육기관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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