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리 라이브카페 24시]노래에 젖어 세월을 마신다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56분


경기 하남시 망월동 미사리에는 100여개 라이브 카페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들 라이브 카페에서는 포크 뿐만아니라 록 하드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라이브로 공연된다. 커피 1잔에 보통 1만원씩 하지만 생음악이 주는 무형의 즐거움을 감안해야 한다. 한 카페의 24시를 통해 ‘미사리문화’를 살폈다.

<편집자>

11일 오후 4시 S 카페. 20여개의 테이블에 40대 중반의 여성 30여명이 삼삼오오 앉아 노래에 흥겨워하고 있다. 김모씨(44·주부)는 가수 양준석의 노래가 끝나자 “오빠! 앙코르”라고 외친다. 김씨는 남편이 휴대폰으로 찾자 “이 오빠가 너무 노래를 잘한다”며 휴대폰을 아예 마이크쪽으로 갖다 댄다.

어둠이 깔린 오후 6시경. 관객들이 바뀐다. 부부인 듯한 중년층들이 짝을 지어 들어온다. 노래도 오후와 달리 느린 발라드 등 ‘무드(mood) 음악’이 흐른다.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연말 송년 모임이 눈에 띈다. 이날은 서울 J여고 동창 20여명이 부부 동반해 자리를 차지했다. 식사와 술, 객석의 대화로 카페 전체가 술렁인다. 음악을 ‘감상’할만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관객들은 노래에 곧잘 ‘고갯짓’이나 갈채로 화답한다. 가수 손영은 “이곳은 가수들의 노래와 삶의 터전”이라고 말한다.

밤 9시가 되자 관객들이 30대 초반으로 바뀐다. 카페는 열기가 더해간다. 가수 이치현의 시간에 맞춰 30대 팬들이 자리를 차지해 빈 틈이 거의 없다. 가수 임병수의 무대까지 두어시간동안 카페는 아예 라이브 공연장이다.

자정 무렵은 다시 관객의 연령층이 내려간다. 20대 초반이 하나둘씩 들어온다. 무대에서는 무명그룹 ‘탱크’가 록과 힙합을 접목한 하드코어를 토해내기 시작했고 카페는 젊음의 열기로 들끓는다. 앉은 채로 헤드뱅잉(머리를 흔드는 몸짓)하는 이들도 보인다.

새벽 3시경이되자 화장을 짙게 한 여성들도 보인다. 웨이터 A씨는 “직업 여성들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술자리를 갖거나 밤늦게 식사를 하러 오는 이들”이라고 귀띔했다. 이 즈음이면 음악도 조용하다. 조는 이도 있다. 카페는 오전 5시가 되어서야 문을 닫았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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