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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7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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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난 겨울들판은 조용하고 편안하다. 곳곳에 비닐하우스가 널려 있고 군데군데 두엄도 눈에 띈다. 창가에서 두엄냄새 섞인 공기를 마시면 늘 기분이 좋아진다.
시골 전원주택촌 같은 여기는 자유로를 옆에 둔 일산신도시의 초입, 장항동. 윤도현씨는 이 곳 단독주택 2층에 세들어 산다.
“답답한 곳에 있으면 죽을 것 같아요. 열린 곳에서 열린 마음이 생깁니다.”
이 곳 분위기는 그가 하는 음악과 어울린다. ‘펑펑 터지고 시원한 것’, 윤씨가 추구하는 음악의 색깔이다. 답답한 곳에서는 이런 음악이 도저히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97년 이 곳에 오기 전까지는 고양시 풍동에 있는 비닐하우스에 살았다. 가수 강산에씨가 쓰던 비닐하우스였다. 비닐하우스가 철거당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둥글고 여유로운 그 곳에서 연습하며 지냈을 것이다. 오피스텔 같이 닫힌 사각형 주거공간은 질색이다.
노래와 작곡을 함께 한다. 진정한 뮤지션은 작곡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그런 그에게 이 곳은 곡을 만드는 에너지도 준다.
‘말없는 축제.’ 올 여름 집 앞 논에서 일하는 농부를 보면서 만든 노래다. “넓은 들판에 혼자 일하는 모습이 축제를 벌이는 것 같았죠. 농부의 말없는 축제에 작곡으로 저도 동참한 셈입니다.”
그의 음악관은 너무 평범해 오히려 별나 보인다. 가수는 먼저 그가 즐거워야 관객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얘기. “관객에게 뭔가 보여주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이미 실패의 문에 들어선다고 윤씨는 말한다.
이 같은 생각은 윤씨를 포함한 그의 밴드 멤버 4명이 모두 같다. 일주일에 서너번 연습을 하지만 내키지 않으면 며칠이고 벗어나 산을 오르고, 자전거를 타고, 동물원에 간다. 음악은 까맣게 잊고 신이 나서 논다. 즐거움이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는 밑천이 된다.
그는 아직 젊지만 요즘 신세대 음악에 대해 “민망하다”고 비판한다. 대중에 영합해 꾸며지고 포장된 음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산신도시에서 전원풍 단독주택이 몰려 있는 곳은 정발산 주변 장항동 일대. 대지 60∼100평. 연건평 60평 남짓. 가격은 3억∼4억원에서 10억원대까지 다양하다. 대화동 성석동 산남리 등에서도 단독주택을 찾아볼 수 있다.
윤씨가 살고 있는 곳에는 5채 남짓한 집이 있다. 하지만 최근 하나 둘씩 집이 늘고 있어 2, 3년 뒤에는 파주 통일동산으로 옮길 생각도 하고 있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