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詩人 김승희 5년만에 '빗자루를 타고…' 펴내

  • 입력 2000년 12월 5일 18시 51분


소설가와 국문학자를 겸하며 ‘1인 3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인 김승희 (서강대 국문과 교수)가 5년만에 시집 ‘빗자루를 타고 달리는 웃음’(민음사)을 펴냈다.

1973년 시인으로 데뷔한 그는 21년만인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부문에 당선, 늦깎이 소설가가 됐다. 그후 1995∼1999년 미국 버클리대 등에서 한국문학을 강의하는 동안 그의 창작은 주로 소설에 집중돼 왔다.

“소설은 ‘검색적’인 성격이 강해 땅에 붙어가죠. 시는 현실을 뿌리치면서 탈주하지 않습니까? 글을 쓰다 보면 어떤 때는 차분하게 검색하고, 어떤 때는 탈주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마련이죠. 오래 소설에 매달리다 보니 탈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강렬한 어조로 자본주의의 무자비성, ‘여성―소수―변방’에 대한 ‘남성―다수―제국’으로 상징되는 권력의 폭주를 풍자한다. ‘멕시코인들은 말하지/우리에게 하느님은 너무 멀리 있고/미국은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연(聯)과 ‘세상의 여자들은 말하네/우리에게 하느님은 너무 멀리 있고/남자는 너무나 가까이 있다’는 발화(發話)가 나란히 놓인다.

“예전에는 타자에 대한 지배구조를 잘 몰랐어요. 이제는 그 지배구조가 눈에 들어오고, 그 구조를 놀려먹을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선배시인 김수영도 모순된 세계구조를 웃음으로 전복했지요. 웃음은 우리가 발견해서 자유를 획득할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그는 문학이 ‘존재하지 않는 본질’을 탐색하다가 길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현실과 문학은 샴쌍동이와 같습니다. 분리하면 둘 다 죽습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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