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일기 진본 첫 공개…사도세자 죽음 상세기록

  • 입력 2000년 12월 4일 2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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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영조 때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숨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은 ‘임오일기’ 진본이 처음 공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 고중세사실 이상태 실장이 최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장서각에서 찾아낸 이 자료는 사도세자가 죽은 임오년(1762년)의 여러 기록들을 모은 책. 이 가운데 승정원 주서(7품)인 이광현(李光鉉)의 일기가 5월11일부터 21일까지 사도세자가 죽는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일기의 하이라이트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던 13일 진시(辰時·오전 7∼9시)부터 초경(初更·오후 7∼9시)까지. 당시 영조는 창덕궁 휘녕전 뜰에 널빤지를 펴게 한 뒤 사도세자를 엎드리게 한다. 영조는 칼까지 빼어들고 “네가 자결하면 조선 세자의 이름을 잃지 않을 것이니 속히 자결하라”고 외친다. 사도세자는 “부자관계는 하늘이 정해준 관계인데 어찌 아버지 앞에서 흉한 꼴을 보이겠느냐”며 궁궐 밖에서 자결하겠다고 맞선다.

이같은 대립 도중 사도세자는 한 차례 자결을 시도하다 실패하며 영조를 말리던 신하들은 줄줄이 파직된다.

영조는 결국 초경에 이르러 “아버지 임금님, 저를 살려주소서”라며 혈육의 정에 호소하는 사도세자를 뒤주에 넣고 직접 널빤지를 대고 대못을 박은 뒤 새끼줄로 다시 묶어 뒤주를 봉한다.

이실장은 “‘임오일기’를 보면 영조가 처음부터 사도세자를 죽이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며 “당시 친(親)사도세자파인 ‘시파(時派)’의 시각으로 쓰여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자료에 대해 “‘임오일기’는 이미 여러 권의 사본이 발견된 상태”라면서 “이 책이 진본인지 여부는 좀더 검증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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