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영상물 파문'이 정보기술 발전에 한몫?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9시 03분


‘백지영 영상물 사건’은 정보기술(IT) 발전 측면에서 짚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기술은 동영상 배포자가 걸어둔 암호화. 원래 문제의 비디오가 담겨 있는 동영상 파일은 미국의 한 상업사이트가 유료 배포 중이었다. 유료 동영상에는 보통 ‘로크(lock)’가 걸려 있는데 인터넷 공개 불과 며칠만에 암호가 풀린 파일이 나돈 것. 현재 인터넷상에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한 재학생이 암호를 깼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 동영상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암호화 기술을 응용한 로크가 걸려 있었다. 여기에 사용된 기술은 소인수분해를 이용한 RSA알고리즘으로 미국의 금융회사나 보안회사들이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이 로크가 풀린 것은 금융범죄도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본’이 유출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인터넷상에 파일을 저장한 후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열어보는 ‘웹하드 기술’도 이번 사건을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65메가바이트(MB)나 되는 동영상을 일반 디스켓에 집어넣는 것은 불가능한 일. ‘웹하드’를 이용하면 파일을 일단 인터넷에 저장한 후 다른 곳에서 단시간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기 때문에 네티즌 사이에 백지영 영상이 급속히 확산된 것. 1기가바이트(1024MB)의 저장용량을 무료로 제공하는 G회사의 경우 회원가입자가 하루에 8000명이나 늘었다. 이 회사는 ‘음란동영상’을 올린 사용자에게 경고메시지를 보냈으나 개인 소유의 파일을 임의로 지울 수는 없어 골머리를 않고 있다.

MP3 무료다운로드로 화제를 끌었던 P2P 사이트들도 다시 한번 주목을 끌었다. 백지영 영상을 얻기 위해 3, 4개의 사이트에 가입한 네티즌들도 부지기수. 한편 ‘퇴물’로 취급받던 FTP 서비스(파일전송 전용 인터넷 서비스)까지 각광을 받았다고 한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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