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민족사상 총망라 玄庵 '이을호 전집' 출간

  • 입력 2000년 11월 27일 18시 39분


다산 정약용의 사상을 비롯해 민족사상 연구에 평생을 바쳤던 현암(玄庵) 이을호(李乙浩·1910∼1998) 전 국립광주박물관장의 저술을 모은 ‘이을호전집’(전9권·예문서원)이 다산학연구원(원장 안진오)에서 발간됐다.

그의 관심은 조선후기 실학에서 단군사상, 한사상 등에 이르기까지 민족 정통성 회복을 위한 사상 전반을 아울렀다. 전집에는 다산학을 비롯해 ‘실학사상과 한사상’ ‘개신유학으로 본 한국철학사’ ‘사상의학과 생명의학론’ 등 고인이 추구했던 사상의 폭을 엿볼 수 있는 방대한 저술이 담겨 있다.

일제시대에 경성약학전문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하고 광복 후 광주의과대 부속병원 약국장을 맡아 약제학을 강의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마의 사상의학 등 한의학 연구에 몰두하다가 30대 후반에야 동양철학으로 방향을 바꿨다.

제자인 전주대 오종일 교수는 “철학을 공부하시겠다며 약사면허까지 반납하시고는 철학과 강사를 자청하셨다”고 말했다. 일제시대에 전남 영광지역의 독립만세 사건을 주도하다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그는 광복 직후 전남 영광군수에 취임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교육에 힘을 쏟기 위해 영광중 초대교장을 맡기도 했다.

“기미년 1월9일 다산의 옛집을 찾아 강진에 도착… 어제까지 맑던 겨울 날씨가 도중에 함박눈으로 졸변(猝變)이다.… 다산선생이 귀양길을 떠나던 날이 동짓달 초닷새니 이런 날씨에 천리길을 걸었는지도 모른다.”(‘이을호전집’ 중에서)

다산을 통해 철학을 만났던 그는 다산이 걸었던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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