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서울대 박사과정 미달사태…'고학력실업난' 지원자 격감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31분


2001학년도 서울대 박사과정 정시모집에서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공대 등 주요 모집단위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더기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석사과정 경쟁률도 예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이는 ‘고학력 실업난’ 등으로 대학원 지원자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3일 서울대에 따르면 15일 마감된 박사과정 정시모집에서 모집정원 894명보다 약간 많은 902명이 지원했다.

학위만 받으면 언제나 취업이 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공대의 경우 220명 모집에 192명이 지원해 0.87대 1의 경쟁률을 보였으며 박사과정생이 각종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두뇌한국(BK)21’사업에 선정되지 않은 학과는 경쟁률이 특히 낮았다.

사회대가 0.46대 1(26명/56명〓지원자/모집인원)로 경쟁률이 가장 낮았고 △인문대 0.65대 1(55명/84명) △천연물과학연구소 0.63대 1(5명/8명) △농생대 0.71대 1(42명/59명) △약대 0.81대 1(17명/21명) △자연대 0.84대 1(81명/97명) 등 21개 모집단위 가운데 7개 단대 및 연구소가 미달됐다. 생활대(18명/18명) 음대(3명/3명) 경영대(12명/11명) 환경대학원(10명/9명) 등은 간신히 미달을 면했다.

석사과정에서도 자연대(221명/242명) 농생대(80명/193명) 치대(51명/66명) 천연물과학연구소(15명/20명) 등이 미달돼 전체 경쟁률이 1.37 대 1에 그쳤다. 자연대와 농생대는 박사 및 석사과정에서 모두 미달됐다.

서울대 박사과정 경쟁률은 정시모집에서 1.40대 1(98학년도)→1.50대 1(99학년도)→1.46 대 1(2000학년도) 등이어서 큰 기복이 없었으며 석사과정 경쟁률은 같은 학년도에 2.38 대 1→2.56 대 1→2.18 대 1로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

이화여대 석사과정 경쟁률은 지난해 2.73대 1에서 올해 1.65대 1로, 성균관대 석사과정 경쟁률은 98학년도 3.56대 1에서 올해 2.86대 1로 낮아지는 등 석사 및 박사과정 경쟁률이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서울대 유영제(劉永濟)교무부처장은 “일부 대학원이 영어시험을 텝스(TEPS)로 변경해 텝스를 치르지 못한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았으며 이공계 석사과정 졸업생이 곧바로 벤처기업에 진출해 발생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석사 및 박사과정생들은 “인문 사회계는 학위를 받더라도 취업이 쉽지 않고 서울대 박사학위로 교수가 되기 힘들어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 박사학위 소지자의 취업률이 96년 93%에서 올해 85%에 그치는 등 지속적으로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인문대의 경우 96년 71%에서 올해 31%로 급격히 하락해 ‘고학력 실업난’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