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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0일 19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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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산에서 키는 작지만 잔가지가 많은 ‘평범한’ 인상의 국수나무는 쉽게 만날 수 있다. 껍질을 벗기면 자장면 면발 같은 국수가 나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식용(食用)’은 아니다.
19일 오전 쌀쌀한 바람이 부는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입구. 15명 남짓한 등산객들이 숲 속의 나무들을 쳐다보며 벌이는 현장 강의는 뜨거웠다. 강사는 ‘숲 해설가 협회’ 회원인 양경모씨(42).
양씨가 “옛날 우리 선조들은 국수나무 가지 속 대롱을 통해 ‘독침(毒針)’을 쏘는 ‘비밀병기’를 만들었다”고 설명하자 현장의 ‘학생’들은 “아하”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청계산 나무에 대한 그의 설명이 이어지자 어느새 등산객들의 눈에 숲은 딴 세상으로 변했다.
양씨는 한때 ‘잘 나가던’ 금융인이었다. 외환위기의 한파가 몰아친 98년 ‘자의반 타의반’으로 명예퇴직한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은 ‘숲 해설가 협회’였다. 두 아들에게 환경의 중요성을 가르치고자 전국의 자연학교들을 9년 전부터 찾아다니다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된 것.
98년 말 과거의 경력을 살려 다시 보험회사 일을 시작했지만 그에게 ‘숲 해설가’는 이미 제2의 인생이 돼버렸다. 2년 남짓 강사로 뛴 곳도 벌써 전국의 휴양림을 총망라할 정도다.
◇명퇴로 제2인생…산교육 보람
양씨와 같은 ‘자연애호인’들이 모여든 ‘숲 해설가 협회’가 출범한 지 벌써 3년째. 대학교수, 가정주부, 회사원, 대학생 등 다양한 직종의 150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양씨처럼 여러 현장에 나가 숲 해설가로 일하는 자원봉사자만 30여명에 이른다.
정년퇴직 후 교단을 떠난 이재근씨(62·전 서초고교장)는 “많은 사람들에게 숲의 귀중함을 알리고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데 작게나마 보탬이 되리라 생각하고 참여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청계산을 찾은 김원동씨(44·서초구 서초동)는 “아이들에게 산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 준 좋은 자리였다”며 가슴 뿌듯해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