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수능]대학들 "너무 쉬운 제2외국어 왜 치나" 반발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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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모차르트 바흐의 공통점은? ①작가 ②화가 ③음악가 ④물리학자 ⑤영화감독.”

“(‘커피 10엔’이라는 그림을 그려 놓고) 다음 안내자료와 관련이 있는 곳은? ①복사집 ②빨래방 ③커피숍 ④오락실 ⑤제과점.”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제2외국어영역의 문제들이다. 앞 문제는 독일어, 뒷 문제는 일본어에서 나왔지만 알파벳만 알면 풀 수 있을 정도다.

올해 처음 도입돼 26만여명이 응시한 제2외국어영역이 지나치게 쉬워 변별력이 없다시피 하고 성적표에 응시 과목도 표시되지 않아 ‘제2외국어 무용론’이 일고 있다.

수험생들은 ‘너무 쉬워 의미가 없는 시험’으로 평가했다. 프랑스어를 치른 서울 S여고 김모양(18)은 “1년간 거의 공부하지 않았는데 만점을 받은 것 같다”면서 “친구들도 너무 쉽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또 수능 성적표에는 ‘제2외국어 00점’ 하는 식으로 표기돼 대학들은 제2외국어 성적이 입시에 쓸모 없다고 항변할 정도.

서울대 유영제(劉永濟)교무부처장은 “제2외국어를 도입한 취지가 외국어를 잘하는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라며 “수험생이 무슨 외국어를 잘하는지 모르게 성적을 통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외국어대 등 다른 대학 입시 관계자들도 “제2외국어의 과목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난이도가 높거나 성적표에 과목을 표기하면 수험생들이 특정 과목에 몰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중국어를 치른 수험생이 독문과나 불문과를 지원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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