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

  • 입력 2000년 11월 3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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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내 영혼의 자서전 / 민길호 지음 / 320쪽 1만3000원 학고재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1853∼1891)에 관해 나와 있는 기존의 책들과 분명 차이점이 있다. 우선 국내의 서양미술사 전문가가 썼다는 사실, 저자가 고흐 자신이 되어 1인칭 주인공시점으로 자서전을 쓰듯 글을 풀어 나갔다는 사실이 그렇다.

그러나 고흐를 천재 화가, 광기의 화가가 아니라 평범한 한 인간으로 보았다는 점이 진정한 차이점이자 이 책의 매력이다. 저자가 고흐의 일생 중 파리시절(1886∼1888)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무렵, 신인상주의와 일본 목판화의 영향을 받아 고흐의 그림은 밝아지고 단순해진다. 맑고 투명했던 고흐의 삶과 예술. 저자는 이 시기가 고흐 미술의 정점이라고 본다. 해바라기꽃 정물화가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렇다고 삶과 예술 사이에서의 고뇌와 갈등, 세상과의 불화, 그로 인한 극도의 정신적인 고통, 비극적인 자살 등등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다보면 현실의 패배자였지만 인간으로서는 숭고한 승리자였던 고흐의 삶과 예술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저자는 책 말미에 고흐의 미공개 그림이라고 주장하는 작품 두 점을 소개해놓았다. 정밀 검증이 필요하지만 고흐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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