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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0월 20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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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호박, 요술지팡이, 무수한 별, 휘황한 마차, 뚱뚱하고 인자한 요정, 계모, 다락방, 궁전…. 나는 그 영상들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무도회의 절정에서 울리던 그 커다란 괘종시계의 초조한 웅웅거림이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 아름다운 소녀의 당황, 계단 위에 남겨진 유리구두 한 짝.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나 내 아이들 역시 넋을 놓고 푹 빠져 보는 영화. 디즈니는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꿈이었다.
월트 디즈니는 1966년에 죽었다. 죽기 전 언젠가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약 40년을 사업하는 동안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상은 내가 이 놀라운 조직을 만들어 냈다는 것… 그리고 그 동안 내가 해 온 일을 사람들이 좋아하고 인정해 주었다는 것, 바로 이것이다.”
그가 사업가로서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꿈을 실현한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그의 인생이 중요했던 것이다. 낙서와 그림을 좋아했던 한 소년이 결국 만화를 인류를 위한 당당한 예술 장르 중의 하나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돈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꿈 때문이었다.
살아서 그는 디즈니 월드를 볼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디즈니사의 직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 아닙니다. 월트도 이 곳을 봤습니다. 그래서 이 곳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것이 아직도 디즈니가 디즈니 다울 수 있는 비전의 힘이다. 그에게는 미래를 현실로 인식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다른 사람들을 이 비전에 참여시켰다. 열정만큼 커다란 설득력을 갖는 것은 없다. 그것이 그의 리더십이었다.
디즈니의 비전을 다시 음미해 보자. 디즈니 랜드는 부모와 아이가 어울려 함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장소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이해하는 발견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이든 세대는 지나간 향수를 다시 느낄 것이고, 젊은이는 미래의 도전을 맛 볼 것이다. 꿈과 현실을 독특하고 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와 영감의 원천이 될 것이다. 디즈니 랜드는 박람회장이 되고, 전시장이 되고, 운동장이 되고, 생생한 박물관이되고, 아름다움과 마술의 공연장이 될 것이다. 디즈니는 고객을 찾아온 손님으로 맞아들이다. 만일 이것을 잊는다면 디즈니는 더 이상 사람들의 마음에 머물 수 없을 것이다.
서평을 부탁 받고 책을 읽으며 아쉬움이 많았다. 디즈니의 경영을 다룬 책이라면 이 책보다 적어도 두 배는 재미있게 쓰여질 수 있었기를 바랐다. 또 저자가 디즈니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집단에 적용시키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컨설턴트였으므로, 전달하려는 내용이 보다 풍부하고 명료했기를 기대했다. 개념이 명료하고, 방법이 실용적이며, 결과가 감동적이지 않다면 누가 배워서 자신의 조직에 접목해 보려고 하겠는가? 꿈의 경영을 전달하려면 꿈을 다룰 줄 알아야한다.
▽빌 캐포 더글리·린 잭슨 지음/이호재·이정 옮김/310쪽/
1만2000원/21세기북스▽
구본형(변화경영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