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나들이]"얌전히 못있니" 야단 안쳐도 돼요

  • 입력 2000년 10월 13일 19시 09분


모처럼 마련한 오붓한 가족외식. 하지만 아이들은 몇숟가락 먹다말고 밥상 주위를 뛰며 무릎이 까지도록 놀아댄다. 옆 테이블 손님들은 ‘버릇없는 애들’이라며 눈살을 찌푸리고.

아름다운 가을날, 식사후엔 오랜만에 부부가 차한잔하며 이 얘기 저 얘기 해보고 싶기도 한데, 개구쟁이 애들을 데리고 가볼 만한 음식점이 어디 없을까.

◇흙-바람-나무와 함께◇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사는 손희경씨(34) 부부가 일곱 살, 네 살배기 두아이와 함께 찾은 남양주의 기파랑재 레스토랑. ‘화랑들이 놀던 언덕’(기파랑재)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식당 뒤뜰 놀이터는 웬만한 아파트 놀이터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커다란 미끄럼틀과 그네 등 놀이기구가 있고, 흙바닥은 탄력있고 안전하다. 200년이 넘었다는 느티나무와 한눈에 보이는 한강변의 운치가 애들에게 자연의 맛도 더해준다.

숯불에 구워먹는 2만원짜리 ‘바비큐 갈비’는 콩나물과 숙주나물로 ‘퓨전 양념’을 했다. 2인분에 8000∼1만원대의 새우살크레이프(샐러드의 일종), 양송이파스타와 스테이크 1인분씩을 놓으니 가족들 모두 신나게 그릇을 비운다. 후식으로 나온 포도한송이와 주방장이 직접 구운 케이크까지 마치고 나니 심심해진 아이들이 치고받고 장난을 치다 놀이터로 뛰어나갔다.

그 사이 손씨는 남편 박유정씨(35·태은건설 이사)와 한강변과 맞닿은 야외테라스에서 차를 마시고, ‘애인같은 아내’‘애인같은 남편’이 되어 강변길을 산책했다. 이어 실컷 뛰놀아 볼이 발그레해진 아이들과 식당 안에 걸려 있는 100여점의 작품을 감상. 김수현의 ‘피리부는 여인’을 비롯, 예술인 백남준 이후한 김종학 김영의 작품들로 식당 안은 차라리 미술관 같다. 식당 지배인 김도흡씨(45)의 취미생활이기도. “더 노오 다가∼(더 놀다가)” 네 살난 현우의 말이 박씨에겐 보람으로 다가왔다.

◇놀거리 풍성…보모도◇

‘일하는 엄마’인 조유신씨(29·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토요일 점심이라도 딸 나영이(3)와 같이 하려고 마르쉐 역삼점(02―508―0231)을 찾았다. 푹신푹신한 공이 가득한 볼풀도 그렇거니와, 최신판 레고 장난감이 들어와 있어 아이들 놀거리는 풍성하다. 보모가 늘 옆에 붙어 있는 데다 어린이전용 화장실에는 세면대에 층계까지 딸려있어 한결 안심이다.

“제대로 놀아주지 못해 늘 아이에게 미안한데, 여기 오면 같이 밥먹고 같이 놀아줬다는 점에서 자기 위안이 돼요.”

조씨가 말하는 패밀리레스토랑 놀이터의 ‘효용가치’.

10일 문을 연 베니건스 목동점의 어린이 놀이터는 뭐든지 ‘대형’이다. 대형범선, 어린이용 소파 가구 냉장고가 놀이터 한편에 자리하고 있고 기념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어린이 전용 파티룸까지 있다.

TGI프라이데이에도 놀이터가 있다. TGI프라이데이 여의도점(02―784―0024)에서 만난 천민준군(5·서울 마포구 서교동)은 “애들을 많이 사귀어서 좋아요”라고 또박또박 말했다. 어린이용 가스레인지와 조리기구로 소꿉놀이도 하고 만화 비디오까지 감상하며 흡족해하는 모습. TGI프라이데이 대치점(02―538―2532)에는 트램펄린도 있어 ‘방방뛰기 좋아하는’ 어린이들에게 알맞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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