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인 '사우나 비즈니스' 24시간 '후끈'

  • 입력 2000년 9월 14일 19시 01분


엔터테인먼트 전문 웹사이트 ㈜엠뮤직의 기획이사 김용수씨(35)가 안식처로 꼽는 곳이 두 곳 있다. 집과 목욕탕.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오가는 횟수도 엇비슷하다. 직원들과 회사에서 밤을 지새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가 회사 근처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해모수 사우나’를 찾는 시간은 주로 밤 12시 넘어서이다. 오전 1시경 안면이 있는 다른 벤처기업 직원들과 전화 통화하다 만날 일이 있으면 ‘24시 사우나’를 약속장소로 잡는 경우도 흔하다.

“밤샘 영업을 하는 목욕탕이 동료들은 물론 동종 업계 사람들과의 미팅장소로 애용되고 있어요. 밤을 낮처럼 사는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뜻 아닐까요.”

◇새벽 미팅 장소로 애용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는 강남구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반포동 양재동 일대에는 지친 직장인들을 24시간 맞고 있는 대중 목욕탕이 성업 중이다.

이들 벤처기업인의 필수 소지품 중 하나는 최신형 노트북PC. 기존 제품의 절반 크기로 속칭 ‘은장도(銀粧刀)’라고 불린다. 무선모뎀과 화상채팅 카메라 등이 부착돼 ‘적나라한’ 모습도 보여준다.

“은장도만 있으면 목욕탕에서도 E메일로 다운받을 수 없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파일 복사할 수 있어요. 업무를 계속하면서 피로도 풀 수 있으니, 어떤 때는 집에 가는 것보다 나아요.”

(주)큐피텔 임홍석 기획팀장(35)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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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영업' 갈수록 대형화

‘24시간 영업 중’만 가지고는 안된다. 강남구청 위생과 관계자는“지난해 8월부터 목욕업이 사전신고업에서 사후 통보방식의 자유업종으로 바뀌면서 영업시간과 운영방식이 완전 자율화됐다”며 “이에 따라 24시간 영업은 물론 갈수록 대형화 현대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원적외선 한증막, 황토 사우나, 옥돌 찜질방, 한방쑥 찜질방…. 수면실은 따끈따끈한 온돌로 돼 있고 체력단련실 식당 피부미용관리실 등 부대시설은 호텔급이다. 다리미에 무선전화기 충전기까지 갖춘 곳도 있다.

서울시청 남대문시장 등 강북 도심권은 물론 목동 등 상권이 발달한 주택가에서도 이같은 사우나가 확산되는 추세. 연예계나 상류층 손님들이 주로 이용하던 여성전용 사우나도 요즘 여성미용에 탁월하다며 대중화를 내걸고 나섰다.

◇'여성 전용'도 대중화 선언

“밤12시께 퇴근하는 날 사우나에 들르면 피곤이 풀려요.”

직장여성 강상원씨(28·서울 강남구 압구정동)는 “그래도 직장여성보다는 식구들 저녁밥 다 차려주고 느지막이 쉬러 나온 주부들이 더 많다”고 말했다. 바야흐로 대중목욕탕이 가정보다 더 편안함을 주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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