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앞으로 100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 입력 2000년 7월 21일 19시 07분


“학문의 세계에 있어서 2100년까지 어떤 돌파구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그것은 또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십니까?”

21세기를 목전에 둔 어느날, 영국 일간지‘런던 타임스’는 세계적 석학 30명에게 설문지를 보냈다. 경제학자 갤브레이스를 비롯, 문학이론가 유전공학자 등 각 분야 학자들이 다양한 견해를 보내왔고, 그들의 비전은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공상과학소설 같은 기술문명의 유토피아가 그려질 것인가? 몇몇 과학자의 전망은 사뭇 SF적이다. 심리학자 돈 노만은 ‘기억장치, 통신장치 등이 인체 내에 삽입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유전공학자 프렌치 앤더슨은 환자의 몸에 유전자를 투입하는 ‘유전자 치료’를 내다본다.

반면 기술문명과 무관하게 사회적 패러다임 변혁을 요구하는 내용도 여럿. ‘감성지능’(EQ)의 창안자 대니얼 골먼은 ‘협동’ ‘분노와 불안의 관리’등이 실용적인 삶의 기술로서 정규 교과과목에 편입될 것으로 내다본다.

평소 상이한 입장을 지니고 있던 학자들이 미래 예측에서도 충돌하고 있는 점은 책의 흥미를 더해준다.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21세기에 생기론(生氣論·생명현상에 비물질적 원리가 개입한다는 주장)은 청산될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생기론자’라는 공격을 받아온 린 마걸리스는 ‘도킨스류(流)의 유전자 결정론과 같은 극단적 다윈주의가 후퇴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국의 최근 경험이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반박의 도구로 인용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티아 센은 ‘정치적 자유보다는 기강이 우선’이라는 아시아적 가치가 후퇴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민주주의가 진전된 사실을 주목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역사의 종점으로 해석한 프랜시스 후쿠야마도 한국이 최근 투명성과 합리성이라는 가치체계의 압력을 받게 된 데서 ‘범세계적 가치’의 당위성을 이끌어낸다.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 사이언 그리피스 엮음/ 가야넷/ 이종인 옮김. 415쪽 1만2000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