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처방전 발행 첫날]환자 藥찾아 '왔다갔다'

  • 입력 2000년 7월 10일 2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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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병원협회가 의약분업 계도기간중 원외처방전만 발행키로 한 첫날인 10일, 서울대병원 등 대다수 병원들이 종전대로 원내 원외처방전을 함께 발행해 우려했던 큰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원외처방전을 받은 일부 환자들이 다시 원내처방전을 요구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졌으며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았다가 약이 없어 약국을 전전하거나 원하는 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약국에서의 대기시간이 길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종전대로 원내 원외 처방전을 함께 발행했으며 당초 원외처방 발행을 원칙으로 했던 한양대병원도 환자들이 요구하면 원내 처방도 해줬다.

7년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정우진씨(71)는 "원외처방전을 받아 병원앞 약국에서 40분 기다렸는데 약사가 처방전에 나온 K제약 약이 없어 B제약 약으로 대체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해 거부하고 종로5가로 약을 구하러 가는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중앙병원에서는 도우미를 두고 약국과 셔틀버스까지 운행하고 있는데도 원외처방을 받아가는 환자 비율이 갈수록 떨어졌다. 강모씨(57·여)는 도우미가 인근 약국에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이 준비돼 있다고 안내하자 "그러면 병원하고 약국하고 미리 입을 맞췄다는 것인데 그럴 바에야 병원에서 약을 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항의했다.

서울중앙병원 앞 약국 관계자는 "대형 약국의 경우도 주문한 약품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걱정인데 동네약국은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종로 보령 평화 등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의 대형 약국들도 1일부터 환자들이 가져온 원외처방전을 조제해 주기 위해 약품들을 상당량 구입해 놓은 상태이지만 병원들이 다빈도 처방 약품 목록을 통보해주지 않아 애를 먹고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846개 병원 중 원외처방전만 발급한 병원은 지방의 23개 병원으로 각 시도에서 1,2곳 또는 많으면 5곳에 불과했다. 서울 소재 병원들은 환자들의 요구에 따라 원내 처방도 내주거나 아예 처음부터 원내 원외 처방을 병행했다.

반면 지방의 경우 의약분업의 준비가 훨씬 미비했다. 수원 모 병원앞 약국의 경우 5개의 대형약국이 있는데도 원외 처방 소화율은 절반을 밑돌았다. 한 약국은 오전중 50명의 환자가 찾아왔는데 30명을 돌려보내기도 했다.

<정용관 김준석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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