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편법 실시…정부, 계도기간 검토

  • 입력 2000년 6월 26일 19시 34분


정부는 의료대란 등으로 의약분업 준비가 부족하고 시행에 차질이 예상됨에 따라 분업시행 초기에 ‘계도기간’을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또 정부는 의료보험수가를 현실화하기로 당정이 의료계에 약속한 만큼 내년부터 3단계에 걸쳐 의보수가를 대폭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의료보험료가 크게 오를 전망이다.

차흥봉(車興奉)보건복지부장관은 26일 “약국의 의약품 구비가 부족한 점 등을 들어 시민단체에서 계도기간을 두자는 건의가 있어 다음달 1일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되 일정한 계도기간을 두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의사가 병의원에서 환자에게 약을 지어주고 약사가 의사 처방전 없이 전문의약품을 팔더라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방침으로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약사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의약분업이 강제규정이 아니라 ‘자율적 임의분업’형식으로 운영된다는 뜻이다.

차장관은 “방침이 정해지면 이 기간에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처벌을 유예하게 될 것”이라며 “기간을 얼마로 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차장관은 이어 “의료계와 약속한 대로 9월경 분업시행으로 인한 병의원과 약국의 경영수지를 평가해 의보수가를 재조정하고 이와 별도로 의료기관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내년부터 3단계에 걸쳐 의보수가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최근 집단폐업 과정에서 병의원의 적자구조를 해소하고 진료원가를 보전하려면 의보수가를 70%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보수가를 10% 올리는 데는 9100억원이 소요된다.

정부가 의보수가를 30∼50% 올릴 경우 2조7300억∼4조5500억원 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므로 의료보험료를 30% 이상 인상하거나 의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액을 늘리는 게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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