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나는 사람에게 투자한다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08분


▼마키노 요 지음/시아출판/신동기 옮김/277쪽/9000원▼

증시 전문가들에게 1980년 이후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가 세 명을 꼽으라는 설문조사를 한다면 컨텀펀드의 조지 소로스와 마젤란펀드의 피터 린치, 그리고는 버크셔 해더웨이의 워렌 버펫을 서슴없이 거명할 것이다.

세 사람 모두 투자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투자 스타일은 너무 달랐다. 조지 소로스는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가는 투기성에서 뛰어난 반면, 피터 린치는 저평가된 주식을 골라내는데 치중했다. 워렌 버펫은 영원히 주식을 보유하는 주주 정신에 입각해 투자를 했다. 이렇게 상반된 스타일을 갖고 있는 세 사람을 접하면 일본 막부시대를 풍미했지만 너무나 대조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가 연상된다.

워렌 버펫의 주주 정신은 ‘나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라고 압축할 수 있다. 그는 카지노 자본주의로 흐르고 있는 주식시장 분위기와 달리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기업, 건전한 CEO가 있는 기업을 선택했고 이런 선택은 초과 수익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런 주주 정신은 워렌 버펫의 경영 스타일에도 그대로 나타나 페스티벌 같은 주주총회를 여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투자 종목을 바꾸는 투자자, 어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인지도 모르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워렌 버펫의 투자 스타일은 진정한 투자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 주는 부분일 것이다.

증권 관련 서적이 흥미와 지식 두 가지 모두를 갖추기란 쉽지 않다. ‘나는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흥미와 지식의 앙립불가능을 극복했다. 워렌 버펫이라는 탁월한 투자자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성장 과정과 14가지 투자 원칙을 적절한 비유와 사례를 통해 제시해 독자들이 한번 책을 잡으면 좀처럼 놓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시장 상황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증권 관련 책자는 짧은 스포트라이트 이후 곧바로 사라진다. 그래도 90년대초에 피터 린치의 정통 투자철학을 담은 책이 현재까지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는 것은 정통 투자에 대한 욕망 때문일 것이다. 이제 또 하나의 정통 투자책을 독자들이 접할 수 있는 것은 정신없이 변하는 주식시장에서 청량제가 아닐까? 결국 투자에서의 승리는 워렌 버펫 같은 인내심과 지식이 좌우할 것이다

이종우(대우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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