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해결 '산넘어 산'

  • 입력 2000년 5월 28일 20시 13분


문화재위원회가 26일 풍납토성 내 경당연립 재건축 부지를 사적으로 지정해 보존하기로 결정했으나 풍납토성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문화재 보호와 재산권 보호 논리가 첨예하게 맞붙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항들을 점검해 본다.

▽보상 기준〓가장 시급한 현안은 적절한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일. 유적지 파괴로 논란이 일어난 경당연립 재건축 부지 2390평의 보상 문제가 급선무다. 현재 서울시와 송파구청은 조합 측에 적당한 보상액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이지만 아직 구체적 액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행정 당국은 시가 평가를 하더라도 200억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으나, 조합 측은 아파트 건립 후 개발 이익에 대한 보전 비용 합산까지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보상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발굴 비용 부담〓발굴 비용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시공자측이 부담하게 돼 있다는 현행법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이 ‘특별한 경우’란 단서 조항을 달아 경당연립 부지에 대한 추가 발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나서 엄청난 ‘불씨’를 안게 됐다. 이번 조치가 선례가 될 경우 발굴 비용 문제로 촉발된 풍납토성의 문화재 파괴와 비슷한 사례가 속출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 벌어지는 발굴 사례는 연 평균 300건. 특히 문화재청이 밝힌 ‘특별한 경우’의 세부 기준도 없는 상태여서 이같은 우려는 커지고 있다.

▽남은 쟁점〓문화재위원회는 도시계획법에 의한 지구 지정을 통해 토성 내 사적 경관 보존 방안을 세우도록 서울시에 권고했지만, 이 조치만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풍납토성을 보존하면서도 주민들의 재산권 피해를 막는 근본적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토성 내부를 국가가 모두 사들여 더 이상의 개발을 막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토성 내 일반 주거지역 사유지만 22만6000여평이어서 전체 보상액은 5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가 될 전망. 이 보상액은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 서울시가 풍납토성 보존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성곽 매입비 50억원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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