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反강제적 학교발전기금 거부"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50분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9개 학부모 및 교육관련단체는 18일 기자회견을 갖고 학교 발전 기금을 포함한 초중고교의 각종 찬조금 납부를 전면 거부할 것을 선언했다.

이들 단체는 “올들어 서울 지역의 학교별 평균 모금액이 5650여만원에 달하고 연말까지 모금 총액이 지난해보다 100억원가량 많은 4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가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8일부터 16일까지 초등학교 5개, 중학교 4개, 고교 3개 등 서울 지역 12개 초중고교를 상대로 실시한 발전 기금 모금 사례에 대한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12개교가 올들어 16일까지 모금한 발전 기금은 평균 5650여만원으로 전체 학교운영비의 31.5%에 달했으며 가정통신문 전달, 전화 독촉, 납부 영수증 배포 등 모금이 반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A초등교의 경우 1억500여만원을 걷어 칠판과 TV 구입 등에 썼으며 동작구 B고교는 1억원을 모아 출입문 교체와 건물 도색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부교육청 관할 C초등교는 학생들에게 기탁서를 나눠주고 5000만원을 모금했으며 성동구 D초등교는 교장과 교감이 나서 모금을 요구했다가 학부모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모금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이들 단체는 불법적인 강제 모금 사례 수집을 위한 제보 창구(www.hakbumo.or.kr)를 마련해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에 시정을 요구하고 납부거부 서명 운동과 함께 국회 개원에 맞춰 관련법 폐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가가 충분한 교육 예산을 지원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발전 기금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며 “학부모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이 제도가 건전하게 정착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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