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의 엄마들]정정순/조기교육 열풍

  • 입력 2000년 5월 16일 19시 11분


실리콘밸리 지역은 컴퓨터 산업 붐으로 보수도 좋고 맞벌이 부부들도 많다. 그렇다고 생활이 좋아진 것만은 아니다.

첫째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집 값이 오르고 집세도 비싸 맞벌이하지 않고는 생활이 어렵다. 둘째로 부부가 일을 나가고 보니 생후 1∼2개월 된 아이들부터 취학 전 아이들까지 베이비시터에게 맡겨지든가, 탁아소나 유아원에 보내진다.

아동학을 가르치는 필자는 항상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탁아소나 유아원에서 온종일 조기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다. 아기가 어릴 적엔 세심하게 관찰해 그때그때 적절한 대응을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탁아소나 유치원의 교사들이 개개인 아이들에게 그렇게 해주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이곳 사람들은 백인이나 동양인이나 유난히 조기 교육에 열성이다. 남의 애들보다 일찍 글을 읽고 쓰고 계산하는 것을 가르치고, 컴퓨터나 각종 운동을 시키려 한다. 경쟁이 심한 지역에서 살다보니 역시 심한 경쟁 속에서 살아갈 자녀들에 대한 걱정이 더 쌓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남의 애들보다 일찍 읽고 쓰고 계산할 줄 안다고 해서 더 똑똑한 애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취학 전 아동에게는 특정한 지식을 넣어준다거나 기술(Skill)을 가르치는 것보다 배움의 즐거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타고난 상상력이나 호기심을 장려하고 주변의 사물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태도를 길러주며 아이들이 흥미있어 하는 일을 해 보도록 도와주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해낼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하는 것이 부모와 교사들의 의무일 것이다.

정정순(미국 새너제이주립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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