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묘' 소음악취로 몸살…보호여론 들끓어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52분


코멘트
종묘가 몸살을 앓고 있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서울의 종묘. 새벽이면 이 곳에서 사람들이 조깅과 체조를 하는가 하면, 종묘 담 옆에는 종로구청의 쓰레기 집하장까지 자리잡고 있다. 게다가 바로 앞의 종묘공원은 집회장으로 변해 버린지 오래.

종묘는 조선조 왕가(王家)의 신위(神位)를 모시고 제사를 올리는 곳. 100m가 넘는 건축물인 종묘 정전(正殿·국보 227호)은 국내에서 가장 탁월한 한국적 건축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정전이 위치한 공간은 경외감과 신비감이 가득하다.

종묘는 또한 매년 종묘제례가 열리는 곳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공존하는 보기드문 문화유산이다.

이처럼 종묘의 기본 특징은 ‘엄숙함’이다. 그러나 주변 환경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종묘의 주변환경을 개선하고 종묘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문화유산보존단체인 ‘겨레문화답사연합’은 종묘의 새벽 개방 금지, 쓰레기 집하장 이전, 종묘 공원에서의 시위 금지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새벽 개방 논란〓종묘는 오전 6시부터 시민에 개방되고 있다. 오전 6∼8시 이 곳을 찾는 시민은 하루 150∼200여명. 이들은 운동복 차림으로 체조를 하거나 달리기를 한다. 이같은 행동이 제사공간 종묘의 엄숙함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문화재청 역시 새벽 개방 금지를 검토하고 있으나, 인근 시민들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허권 문화팀장은 “새벽 개방 여부를 떠나 제사 지내는 곳에서 체조하고 뛰고 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고 반문한다.

▽쓰레기 집하장 이전 문제〓종묘의 동쪽 담엔 종로구청의 쓰레기 집하장이 있다. 이것이 종묘의 외관을 손상시킨다는 지적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문화재청은 종묘공원 관할구청인 종로구청에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종로구청의 한 관계자는 “물론 이전해야 한다.

그러나 종로구엔 쓰레기 집하장을 만들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다. 인근 구청의 협조나 서울시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문화관광국 관계자는 “서울시도 협조를 해야 한다는데 동의하지만 지금 당장 새로운 집하장을 만들기가 여려운 현실”이라고 답했다.

▽종묘공원 시위 문제〓지난 한 해 이 곳에서 72차례의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는 6만4000여명. 98년도엔 10만여명이었다. 겨레문화답사연합은 집회가 종묘의 분위기를 해친다고 보고 시민단체들에게 시위 자제를 요청했다.

이밖에도 종묘공원엔 술 마시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공원의 각종 시설은 종묘 정문의 시야를 막고 있고, 어정(御井·임금이 마시던 우물)은 메말라 버렸다.

이상해 성균관대 교수(한국건축사). “종묘 앞은 종묘에 들어가기에 앞서 마음을 가다듬는 공간이어야 한다. 지금 상태로는 곤란하다. 궁극적으론 지하주차장이나 연주무대도 모두 없애야 한다. 나아가 종묘의 보존을 위해 창덕궁처럼 시간제 관람을 도입해 관람을 제한할 필요도 있다.”

종묘 안팎엔 종묘의 본질적인 특성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 종묘를 아끼는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