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죽비소리' 5월호로 종결…"때릴만한 작품 드물어"

  • 입력 2000년 5월 7일 18시 38분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속칭 ‘주례사 비평’에 반기를 들어온 서평란 ‘죽비소리’가 5월호를 끝으로 문을 닫는다. 97년 6월호에 최명희의 ‘혼불’을 지목해 ‘용머리를 지녔으나 뱀꼬리로 끝나버린 소설’이라며 일성을 낸지 꼭 3년만이다.

문단의 따가운 시선 속에 비판의 예봉을 꺾지 않았던 서평위원들이 돌연 ‘죽비’를 놓은 까닭은 무엇일까.

필진 중 좌장격인 평론가 김화영 교수의 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내부적으로는 필진의 역량부족이고 외부적으로는 문학계의 빈곤함이다. 죽비를 때릴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 드문 게 문제다.”

‘죽비소리’ 마감에 대해서 문학계는 시원섭섭한 반응을 보인다. 채호기 시집 ‘밤의 공중전화’를 ‘유치한 외설’(97년9월호)이라고 평한데 대해 도전적인 반론문을 실었던 정과리 교수. “‘죽비소리’가 비판적 기능을 상실한 비평계에 경종을 울린 점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감정적이고 인상적 수준의 비판으로 인해 생산적인 토론 대신 감정적 대립을 조장한 측면도 없지 않다”

비근한 예로 신경숙의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 대해 ‘비문과 오자 투성이로 된 불량품’(99년 4월호)이라고 썼다가 해당 출판사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무엇보다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무기명’ 의 형식을 택한 것이 약점이 돼왔다. 열림원 정은숙주간은 “누군지도 모르고 뒤통수를 맞으면 아프기 전에 기분부터 나쁜 법”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흠’에도 불구하고 ‘죽비소리’의 도발적인 문제제기가 신간에 대한 주례사와 상찬 일색의 우리 비평계에 ‘경종’을 올린 점은 평가하는 분위기다.

세계사 이경호주간은 “‘죽비소리’는 문학계의 상업화로 비판적 기능을 상실한 비평계에 쏘아올린 도발적인 화두였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죽비소리’가 ‘곧은 소리가 곧은 소리를 부른다’는 김수영의 싯구처럼 ‘비판의 풀무’로 자리잡지 못한 채 막을 내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죽비 소리가 그친 문학 선방(禪房)은 쓸쓸할 듯 싶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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