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영 단국대교수, 정동극장 성공요인 분석

  • 입력 2000년 5월 7일 18시 38분


“그동안 극장은 선택받은 소수 사람들이나 찾는 특별한 곳이었지, 장삼이사(張三李四)가 드나드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동극장은 직장인 주부 청소년 노인층 등 문화적 소외계층을 극장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극장경영의 ‘문화 사회학적’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국내 극장사 연구의 권위자인 단국대 유민영 교수가 ‘작지만 큰 극장 정동극장 이야기’(도서출판 마루)를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고객위주의 경영혁명을 일으킨 정동극장의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정동극장은 1995년 6월 개화기 우리 나라 최초의 연극과 가극의 전용극장이었던 원각사를 복원한다는 취지에서 건립됐다. 그러나 정동극장은 미국 대사관 조망문제에 걸려 공연장을 지상에 마련하지 못하고 지하에 400석 규모의 객석을 마련해야 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국 300여개 관립극장(문화회관 포함)의 입장수익이 연간 지출예산의 5%에 불과한 데 비해, 정동극장은 74%나 차지하는 등 우수 모범사례로 꼽혀 국무회의에 보고되기도 했다.

유교수는 이러한 원동력을 ‘문화도 장사다’라고 거침없이 내뱉는 홍사종 전극장장의 적극적인 예술마케팅의 결과로 분석했다. 그 첫째가 공연시간의 파괴. 점심시간에 차와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직장인을 위한 ‘정오의 예술무대’, 오전 11시와 3시에 여는 주부 음악회,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민속공연, 토요일 오전 청소년을 위한 ‘문화 특활’ 등으로 극장에 공연이 없는 사각시간대까지 활용하는 마케팅전략을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문화상품의 브랜드화’를 추구한 레퍼토리 시스템을 구사한 정동극장의 최대 히트작은 ‘전통국악상설무대’. 정동극장측은 여행사 및 시내 특급호텔과 제휴를 맺고, 모범택시 기사까지 홍보요원으로 삼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꼭 찾게되는 공연으로 만들었다. 또한 식사와 예술을 겸한 ‘문화시음회’(文化試飮會), 전통메주 등 8도의 특산물을 파는 국악장터, 지식인층 모임을 위한 ‘문화 동창회’, 국제 벼룩시장 등 다양한 이벤트로 극장을 시민들의 휴식처로 만든 점도 성공요인.

유교수는 “홍극장장은 관객들을 기다리기만 하는 극장을 ‘천수답’(天水沓)이고, 언제든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회원조직을 갖춘 극장을 ‘수리안전답’이라고 표현했다”며 “정동극장의 ‘틈새전략적’ 운영방식이 모든 극장에 적용될 수는 없지만, 극장 생존법의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고 평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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