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광수 미공개작품 '햇빛' 국내 첫 소개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가 1914년 러시아에서 발표한 시 7편과 사설 1편이 발굴돼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단국대 윤홍노 교수는 한국어문교육연구회(회장 정기호) 논문집 ‘어문연구’ 봄호를 통해 스물세살의 이광수가 러시아 체류 당시 교포가 운영했던 신문(‘勸業新聞’)와 잡지(‘대한인졍교보’)에 ‘외배(孤舟)’라는 필명으로 게재한 글들을 공개했다. 망국의 설움과 독립의 열정을 토로한 애국시가 대부분으로 훗날 친일시비에 휘말리기 전 ‘청년’ 이광수의 애국충정을 엿볼 수 있다.

‘…앞 이마에 둥구렷하게 망국인 삼자를 색인 것은 아니언만/ 우리를 보면 용하게도 칭칭 코웃음만 하데 (…) 망국인의 셜음은 참말 못결딜네데 / 어차피 못살 몸이니 보국충혼이나 되리라’(‘망국인의 설움’ 중). 찌든 가난속에서 독립의 열정을 불태우는 블라디보스토크 동포에 대해서는 ‘어름도 썩고 눈조차 쉬는/ 브라디보에/ 이상타 안썩는 太白의 靈’(‘이상타’)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이밖에 애국투쟁을 하다 죽은 이를 위해 헌화하겠다는 내용을 경쾌한 4·4조 리듬으로 풀어간 ‘새노래’, 멀리 떨어진 ‘님’을 빌어서 조국 독립을 희구하는 ‘샹부전’과 ‘나라 생각’ 등이 실렸다. 한편 장문의 사설 ‘독립쥰비하시오’에 대해 윤교수는 “상공업 발전을 통해서 부국강병을 강조하는 내용은 고스란히 이광수의 첫 소설 ‘무정’(1917)의 결론부와 거의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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