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폼페이 性예술품 250점 일반공개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58분


전시품들이 너무 외설적이어서 오랫동안 잠겨져 있던 이탈리아의 나폴리 국립고고박물관의 한 전시실이 이번 주 일반에 공개된다. 이 비밀 전시실에는 노골적으로 인간의 성기를 묘사한 포르노 수준의 프레스코화와 조각품 등 AD 1세기 고대 로마시대의 예술품 250점이 포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유물들은 대부분 18세기 나폴리 근처 폼페이 유적에서 발굴된 것들로 고대인들의 성적 호기심을 보여 주고 있다. 그 중 신화 속의 목신(牧神)과 염소가 성관계를 맺고 있는 대리석 조각 ‘목신과 염소’는 1752년 발굴 즉시 재빨리 당시 부르봉왕조의 왕 샤를르 3세에 의해 궤에 넣어 잠겨졌다. 너무 수치스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유명한 독일 고고학자 요한 빈켈만도 두 피조물이 넋을 잃은 채 서로의 눈을 쳐다보고 있는 이 조각품을 보는 것이 금지됐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로마와 로마 이전 고대 사회의 실상을 보여주는 이 유물들은 역사학자와 고고학자에게 중요할 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흥미있는 볼거리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고대의 이런 외설적인 유물들은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등 전 세계 박물관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물들이다. 그럼에도 이 비밀 전시실이 흥미를 끄는 것은 유럽 근대사의 향방에 따라 ‘폐쇄’와 ‘개관’ 사이를 왔다갔다한 운명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1785년 나폴리의 왕 페르디난드는 자신의 왕립박물관의 전시실 하나를 할애해 이런 외설적인 유물들을 보관했으며 허가증을 받아야만 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다 1819년 이 유물들을 새 박물관으로 옮겨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공개해버렸다. 그러나 1827년 한 사제가 페르디난드 왕의 후계자인 프란시스1세에게 편지를 보내 “외설스런 유물들의 전시장은 수치와 저주의 장소이고 젊은이들의 도덕을 타락시킨다”며 폐쇄를 간청했다. 그러자 왕은 이 전시실을 폐쇄한 뒤 정부로부터 허가증을 받은 나이 들고 존경받을만한 사람에게만 개방했다. 그 뒤 이 비밀 전시실은 영국 러시아 등 유럽 여러 나라의 귀족들이 들르는 여행의 중요한 코스의 하나가 됐다.

그 뒤 1860년 이탈리아의 지도자 가리발디가 부르봉 왕조를 꺾고 이탈리아 남부를 짧은 기간 동안 통치했을 때 그는 이 비밀 전시실을 재개관시켰다. 그러나 빅토르 이마누엘2세 왕이 가리발디를 물리치자 이 전시실은 다시 폐쇄됐다. 1960년 잠시 개관됐던 이 전시실은 복원을 위해 다시 오늘날까지 폐쇄돼오다 이번에 공개되는 파란만장한 곡절을 겪은 비밀 전시실의 유물들이 궁금하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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