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열풍]작가 조안 K 롤링 영국 현지 인터뷰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전세계에서 3000만부 이상이 팔린 인기 연작동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안 K 롤링(35)이 처음으로 매스컴에 얼굴을 나타냈다.

롤링의 독점 출판 에이전시인 ‘크리스토퍼 리틀’은 영국 런던의 대영도서관 컨퍼런스홀에서 27일 오후 2시(현지시간) 20여개국의 기자 50여명을 초청, 롤링과 일문일답의 시간을 마련했다. 롤링은 1997년 ‘해리포터’ 시리즈 첫권인 ‘해리 포터와 현자의 돌’로 세계적 스타로 떠올랐지만 모든 인터뷰 요청을 사양해 왔다.

갸름한 얼굴과 오똑한 콧날이 인상적인 롤링은 일문일답 내내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타고난 이야기꾼의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사전 배포된 자료에서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삼가기 바라며 질문이 있더라도 답변하지 않겠다’고 미리 못박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해리 포터’ 시리즈는 전세계 여러 나라와 문화권의 어린이들 사이에 고루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어른들도 그의 모험세계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어린이의 세계는 어느 나라 어느 생활권에서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나는 ‘해리 포터’를 써나갈 때 특정 인종이나 문화권의 어린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어른들은 누구나 지나온 어린시절에 대해 향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어른들에게도 널리 읽히는 것 같다.”

―어릴 때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 있는가. 그 책이 ‘해리 포터’시리즈를 쓰는데 영향을 주었는가.

“여덟살 때인가, ‘작은 흰 말’이라는 동화를 읽고 크나큰 감동을 받았다. 아직도 등장인물의 성격과 습관 하나하나를 외우고 있다. 나도 이렇게 훌륭한 책을 써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결국 그 감동이 해리 포터 시리즈로 연결된 것 같다.”

―어렸을 때 집에 책이 많았는가.

“어머니가 책읽기를 좋아했고 많은 책을 사주셨다. 어린 시절의 책읽기는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며, 일생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영화화가 결정된 것으로 아는데, 원작의 의미가 퇴색될 가능성에 대해 불안은 없는가. 작품이 너무 상업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는 우려에 대한 생각은.

“나의 작품이 여러 경로로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는 것은 내게도 기쁜 일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기숙학교의 생활을 끔찍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혹 작가의 체험이 반영된 것인가.

“기숙학교를 다닌 적은 없다. 책속의 상황은 대부분 상상으로 창조한 것이지만, 주변의 사람들에게서 듣고 상상한 어린시절의 기억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

―책이 다루는 마법과 마술이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한마디로 넌센스다.”

―책에 빈번히 등장하는 살인 등의 장면에 대해서는.

“어린이나 어른이나 인생을 살다 보면 경험할 수도 있는 사건들이다. 끔찍한 장면을 직접 묘사하지도 않았다.”

―그동안 인세와 영화 원작료 등으로 큰 돈을 벌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책이 성공한 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삶의 변화는 없다. 일상도 예전과 매한가지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카페에 가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피로해지면 돌아와 집안일을 하고, 밤에는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인기인은 내가 아니라 해리 포터일 뿐이다.”

―앞으로도 ‘해리 포터’ 시리즈를 써나갈 계획인데 작업이 힘들지 않은가.

“첫 권이 출판되기 10년 전부터 이 소재에 매달려왔지만 언제나 재미를 느낀다. 주인공에 대한 애정과 새로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노라면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해리 포터’ 시리즈가 끝나면?

“쉬겠다. 당분간 글쓰기를 잊고 살게 될 것 같다.”

―최근에 노벨상 수상작가인 셰이머스 히니와 ‘위트브레드’ 문학상을 놓고 경쟁했다가 수상을 놓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게 훌륭한 작가와 나란히 이름이 올랐던 것 만으로도 명예로운 일이다.”

한편 주최측은 이날 기자회견 뒤 자료를 배포, 최근 미국에서 제기된 ‘해리 포터’의 표절시비 관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롤링과 미국내 판권자인 스콜라스틱 출판사, 영화화 판권을 사들인 워너 브러더스사 등 3자 명의로 된 자료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사용된 모글, 포터 등의 주인공 이름을 미국작가 낸시 스토퍼가 먼저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스토퍼의 작품에 나타난 주인공은 롤링의 작품 주인공과 전혀 다른 성격”이라며 “표절 운운은 근거없는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런던〓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조안 K 롤링은 누구…▼

‘해리 포터’ 시리즈로 부와 명성을 거머쥐며 아동문학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롤링. 그러나 3년 전만 해도 딸 하나를 키우며 생활 보조금으로 연명하던 무명의 작가 지망생이었다.

1965년 영국 웨일즈의 시골에서 태어난 롤링은 어릴 적 토끼 이야기를 지어 여동생에게 들려주곤 할 정도로 동화를 좋아했다. 대학 졸업 후 포르투갈에서 영어 강사 생활을 하던 그는 기자와 결혼하지만 곧 파경을 맞았고, 생후 4개월 짜리 딸을 안고 영국으로 돌아와 에딘버러에 방 한 칸을 얻었다.

냉난방도 되지 않고 때로 분유도 구하지 못하는 악조건 속에서 어린 딸과 생활을 이어나가던 롤링. 그는 글쓰기에 운명을 걸기로 결심하고 예전부터 끄적거려 오던 해리 포터 이야기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96년 6월 원고를 완성했으나 복사비가 없어 타자기로 원고를 두벌 베껴 두 출판 에이전트에 보냈다. 첫 번째 에이전트는 원고가 너무 길다며 돌려보냈다. 두 번째 에이전트가 블룸스베리 출판사를 알선했고 롤링은 2500파운드 (한화 약 450만원)의 선금을 받았다. 롤링의 인생에서 긴 겨울이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롤링은 최근 영국의 아동서적 전문 홈페이지 ‘OKUK북’에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띄웠다. http://www.okukbooks.com/harry/rowling.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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