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 괴개굴사건 '제2의 노근리'… 탄원서 제출

  • 입력 2000년 1월 20일 08시 21분


18일밤 충북 단양군 영춘면 상2리 속칭 느티마을 30여 가구 주민들은 일제히 제사를 지냈다.

6.25전쟁 당시인 51년 1월 19일(음력 12월 13일) 마을 인근 괴개굴에서 미군 폭격으로 숨진 가족과 주민등 300여명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밤 11시 원용숙씨(67) 집. 당시 시부모 등 가족 11명을 잃은 원씨는 향불을 피우며 이렇게 소원을 빌었다.

마을 사람들이 이런 소원이나마 빌어볼 수 있게 된 것은 올 제사부터.

‘지난해에는 반세기 만에 시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사연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꼭 진상이 밝혀져 편안히 눈을 감으실 수 있기를…’

마을사람들이 이같은 소원이나마 빌 수 있게 된 것은 올해부터.

지난해 말 한국과 미국 언론에 이 ‘괴개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돼 공론화되기 전에는 그저 전쟁 중 운이 없었기 때문이려니 했었다.

미군의 폭격이 무자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사상을 불순하다’는 의심을 받을까 쉬쉬했다.

요즘 마을 사람들은 이 사건의 진상규명에도 적극적이다. ‘괴개굴사건 진상대책위(위원장 조태원)’를 구성패 피해자 160여명에 대한 신고를 접수했고 10일에는 청와대와 미대사관 등 9곳에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은 노근리 사건 이외에는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고 정부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아 답답함은 여전하다.

조위원장은 “우선 원혼이라도 달랠 수 있도록 정부가 내년부터 합동위령제라도 지낼 수 있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양=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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