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연극촌 '일식', 21일부터 문예회관서 공연

  • 입력 2000년 1월 19일 20시 13분


“가톨릭의 ‘성찬의식’, 유교의 ‘제사’는 공동식사를 재현하는 의식으로 일종의 연극으로 볼 수 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 ‘굿’은 더욱 연극적이다. 무당(배우)이 수없이 옷(배역)을 바꿔 입어가며 춤추고 노래하고 대사를 던지는 모노드라마이자, 관객들이 함께 참여하는 집체극인 셈이다.” (이영미·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구위원)

21∼30일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밀양연극촌 우리극연구소의 ‘일식’(이윤택 연출)은 연극 전체가 한 판의 ‘굿’을 벌이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동아일보사 주최.

‘일식’은 어느 날 해가 떨어져 가로등에 불을 켜러 출동한 전기수리공들의 이야기. 이순신장군 동상이 서 있는 서울 광화문 네 거리를 대형 무대로 꾸민 설정부터가 특이하다. 깜깜해진 광화문에는 대낮인데도 이순신장군이 뽀얀 먼지를 털고 나타나는 등 역사 속의 인물들이 불려져 나온다. 1895년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를 시해하러 온 일본 미우라 공사 일행, 형장으로 가는 전봉준, 아관파천 중인 고종…. 고장난 가로등을 켜기 위해 출동한 전기수리공들은 이들을 만나 한국 근대사 속의 역사적 매듭들을 풀어간다.

결국 1천년 전 고려시대에 두 개의 해가 떠 혼란했던 시기에 월명사가 ‘도솔가’를 지어 불렀듯이, 젊은 시인과 작곡가 등이 모여 새천년 새로운 해를 띄우는 노래를 지어부른다.

‘오구’ ‘산씻김’ 등 ‘굿’의 연극화 작업을 해온 연출가 이윤택은 “노래를 지어 함께 부른다는 것은 ‘정치’가 아닌 ‘문화’의 힘으로 새천년의 희망을 다시 세운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평일 7시반, 토 4시 7시반, 일 3시 6시반. 1만∼2만원. 02-763-1268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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