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유작 '여명의 진실' 아프리카 수렵생활 그려

  • 입력 2000년 1월 8일 08시 46분


헤밍웨이 최후의 유작 장편소설 ‘여명의 진실’이 번역 소개됐다. 작가의 100주기를 맞아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출판되면서 ‘정전(正典)논란’에 휘말린 작품.

작가의 아들인 패트릭은 작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성’을 고려해 분량을 절반이나 줄였다. “명백한 훼손”이라는 비난이 잇따랐고, 일부 언론은 ‘그래도 태양은 떠오른다’ (The Sun Also Rises)라는 초기 작품 제목을 빗대 ‘아들도 이득을 본다’ (The Son Also Profits)라며 비아냥대기도 했다.

원본 훼손 논란에도 불구하고, 건조한 근육질 문체로 야생과 인간의 투쟁세계를 들여다보아 왔던 헤밍웨이 특유의 체취가 짙게 풍긴다.

주인공은 작가 자신. 53∼54년 케냐 수렵여행의 경험이 작품의 배경을 이룬다.

수렵 감시관이 업무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사파리 캠프의 책임을 떠맡게 된 작가. 때마침 흑인 테러단인 마우마우의 습격 소문이 돌면서 캠프에는 긴장이 흐른다. 아내 메리도 원주민 마을을 습격한 사자를 사냥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

헤밍웨이 특유의 ‘하드보일드’ 문체는 여전하지만, 짧게 끊어치는 단문이 줄고 대화로 상황 설명을 대체하는 경향이 두드러져 눈길을 끈다. 그로선 드물게 긍정적 여성관이 표출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킬리만자로의 눈’ 등에서 여주인공이 남성의 재능과 의욕을 마비시키는 존재로 표현되는 데 반해, ‘여명의 진실’에서 메리는 독립적이며 관용을 갖춘 여인으로 나타난다.

문학평론가 김성곤(서울대 교수)은 “헤밍웨이는 이 작품에서 이상향과 진리, 즉 밝은 대낮에 덧없이 사라질 지언정 동틀녘 우리 마음속에 분명히 존재하는 진리의 상대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고 평했다.

권택영(경희대 영문과 교수) 번역. 문학사상사 펴냄.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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