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공간 불우이웃돕기 온정 밀물… 사랑은 '넷'을 타고

  • 입력 2000년 1월 7일 20시 09분


네티즌 진모씨(31·회사원)는 최근 인터넷 항해를 하다 우연히 ‘한국복지재단(www.help.or.kr)’을 발견하고 소년소녀가장에게 후원을 약속했다. 그동안 불우이웃성금이 유용되는 것을 몇 번 목격한 터라 성금 내기가 찜찜했었는데 이 홈페이지에는 현황과 실적 등이 공개돼 있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씨는 ‘결연자방’을 클릭한 뒤 이름을 적어냈다.

▼ 1만원 고사리성금 많아 ▼

박선정씨(36·여·변호사)는 2주전 주변 사람들로부터 소개받아 ‘도움넷(www.doumnet.net)’을 클릭, 보육원에 15만원을 냈다. 연말 ‘반짝돕기’가 싫어 지속적으로 후원할 수 있는 도움넷을 선택했다는 박씨는 “후원직후 보육원에서 감사의 편지를 보내와 무척 뿌듯했다”며 “투명하게 운영되는 게 사이버 기부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기부(후원)’가 새로운 기부문화의 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다. 현실공간에서 불우이웃돕기가 주춤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2,3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사이버공간의 ‘후원 홈페이지’에 네티즌의 온정이 밀물처럼 밀려들고 있다. 특히 빈자(貧者)의 일등(一燈)처럼 후원자의 대부분이 1만∼5만원의 ‘고사리 성금자’인 것도 큰 특징이다.

▼ 후원 홈페이지 300여개 ▼

‘후원 홈페이지’는 최근 매달 2,3개 이상 신규로 생겨날 정도로 급증세. 국내에 개설되어있는 ‘후원 홈페이지’는 대략 300여개 정도. 그러나 미처 찾지 못한 것을 합칠 경우 400여개가 넘을 것으로 인터넷 전문가들은 전망.

지난해 12월 출범한 ‘도움넷’을 비롯해 ‘천리안밝은마음동호회’‘아름다움을 전하는 사람들(아전사)’ 등 사이버공간에서만 활동하는 모임도 늘고 있다. 사이버공간을 통해 걷어들인 후원금도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버공간에 후원자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난해 성금횡령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는 바람에 현재 정부 및 각 단체 모금운동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 직접선택 투명운영 장점 ▼

여기에 ‘불우이웃돕기’의 ‘불우이웃’이 사회의 소외된 모든 계층을 포괄하고 있어 후원금을 내도 돕고 싶은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사이버공간을 택하는 이유다. 인터넷이 생활화되면서 수시로 ‘클릭’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사이버 후원’의 장점.

‘사이버 후원’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 돕고 싶은 사람을 지정해 도울 수 있다는 데 있다. 인터넷상의 ‘후원 홈페이지’는 대부분 장애인 소외노인 소년소녀가장 혈액질환자 학대아동 등 구체적으로 후원대상을 분류해 원하는 분야를 직접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 것.

도움넷은 분야를 어린이 노인 장애인 여성 등 4개로 나눠 놓았으며 각 분야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 20여개를 올려 대상시설의 위치와 함께 현재 후원액수를 기재하고 있다. 6일 현재까지 이 홈페이지에는 280명의 후원자가 590여만원의 후원을 약정한 상태. 한국복지재단의 결연 홈페이지에서는 후원대상을 지역별 성별 연령별 세대유형별로 나눠 소개하고 있으며 각 후원자를 결정할 경우 온라인상으로 이를 연결해주고 있다.

한국복지재단 임신혁과장은 “지난해 7월 사이트를 개설한 이후 지금까지 400여건에 1200만원의 후원금이 들어왔다”며 “이 금액은 같은 기간 본부가 현실공간에서 모금한 액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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