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字표기 개정시안 확정]바뀌는 내용과 사회적 여파

  • 입력 1999년 11월 17일 19시 17분


17일 발표된 정부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개정 시안’은 우리 문자생활의 현실을 수용해 기존 표기법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84년 실시된 기존 표기법 중 가장 불편했던 점은 반달표(˘)와 어깻점(’) 사용. 춘천을 ‘Ch’unch’n’으로, 평택을 ‘P’yngt’aek’으로 표기해야 했던 것. 기존 표기법은 ‘어’는 o 위에, ‘으’는 u 위에 반달표를 각각 적도록 돼 있었다. 또 ㅋ ㅌ ㅍ ㅊ은 각각 k’ t’ p’ ch’로 쓰도록 돼 있었다.

특수부호의 사용에는 큰 불편이 뒤따랐다. 특히 정보화 시대에 컴퓨터 자판에 없는 특수부호는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때문에 ‘고창’과 ‘거창’, ‘신촌’과 ‘신천’, ‘청주’와 ‘정주’가 같은 로마자로 표기되는 등 혼란이 심했다.

문화관광부와 국립국어연구원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4월 로마자 표기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구체적인 작업은 국어심의회 산하에 6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로마자 표기법 개정 소위원회’가 맡아 총 11차례의 회의를 거쳐 이번에 확정안을 내놓았으며 19일 오후2시 국립민속박물관 강당에서 열리는 공청회에 넘겨지게 됐다.

기존 표기법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서양인의 인식에 따라 만들어진 매큔 라이샤워 표기법에 바탕을 둔 것이다. 서양인의 귀에 들리는 한국인의 발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표기법이다.

개정 표기법은 이같은 서양인 중심의 표기법을 한국인 중심으로 바꾼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외국인에게 익숙한 Pusan, Taegu, Kwangju를 우리에게 익숙한 Busan, Daegu, Gwangju로 바꾼 것이 한 예다.정부는 김포공항의 ‘김포’도 Kimpo에서 Gimpo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성명과 회사명 등을 제외하고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심재기(沈在箕)국어연구원장은 “우리가 이 표기법을 애용하고 외국인에게도 적극 홍보하면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표기법이 개정되면 도로표지판과 지도 등 출판물의 대대적 교체와 수정이 불가피해 엄청난 비용이 들게 된다. 정부는 도로표지판은 연차적으로 수정 교체하고, 출판물은 개정 표기법에 따르도록 유도해 비용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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