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작가 무라카미 류 소설집 '와인 한잔의 진실' 출간

  • 입력 1999년 11월 5일 20시 14분


이제는 와인 차례?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집 ‘와인 한잔의 진실’(창해)이 번역 출간됐다.

소설집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에서 다양한 인생의 단면을 그만큼이나 화려한 요리의 만화경에 펼쳐냈던 작가.그는 새 책에서 와인의 향기 속에 여덟 여인의 달콤하고 시금털털하며 씁쓸한 삶을 펼쳐 보인다.

‘감각은 사유보다 하위’라는 것은 단지 통념일 뿐. 여덟 와인의 독특한 향기는 분위기와 삶의 단면, 저마다의 남다른 기억을 일깨우는 장치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미주 곳곳에서 나오는 다양한 레이블의 와인향이 사막의 탱고처럼 깔깔하게, 파리의 안개처럼 촉촉하게 책장 속을 감돈다.

불륜의 남성에 대한 기억이 가정에 대한 기억을 차단해 버린 한 여인. 그에게 ‘오퍼스 원’은 저녁놀이 풍경을 녹이는 데 따라 그의 내면을 녹여간다. ‘라 타슈’의 주인공은 “향기에 취해 있으면 혀의 감촉에 배신당하고, 혀의 감촉에 취해 있으면 맛에 배신당하고, 맛에 취해 있으면 다시 향기가 다른 쾌락을 전해준다”고 이 와인의 매력을 예찬한다.

“주인공으로 자기 자신과 인생에 위화감을 갖고 있는 여성을 골랐다. 기대고 설 장소가 준비돼 있지 않은 여성들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범벅이 된 사회를 거부하고 한 잔 속에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작가의 말)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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