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화 조기유학 사전정보]대도시 피해 기숙사생활을

  • 입력 1999년 11월 1일 19시 07분


조기유학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낯선환경에서문화적 충격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유학의 포인트는 ‘유(留)’가 아닌 ‘학(學)’에 있다고 유학상담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조기유학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과연 자녀가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체크리스트 참조).

소극적이거나 몸이 약한 학생은 일단 재고 대상. 학교성적이 나쁘거나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없어도 곤란하다. 즉 ‘도피성 유학’은 백전백패(百戰百敗)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미국유학을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알아본다.

▼초말 중초▼

일반적으로 조기유학의 적정 연령은 초등학교 말∼중학교 초로 본다. 언어습득면에서만 보면 초등학교 유학이 가장 유리하지만 너무 일찍 유학을 떠나면 현지 문화를 제대로 익히기 어렵다.

미국 남일리노이주립대 전기공학과 윤태오교수는 “한국에서 중2를 마치고 미국의 9학년(중3)에 입학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조언. 정서적으로 어느정도 성숙해 있는데다 9학년부터의 성적과 활동이 미국 대학 입학때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교수는 고1을 마치고 유학할 경우 여러가지 문제점이 생길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진학을 위한 수능시험(SAT)을 11학년(고2)후반부터 보고 외국인을 위한 영어테스트(토플)도 봐야 한다. 또 대입원서를 12학년 첫 학기부터 준비해 지원하는 대학에 보내야 한다. 유학오자마자 새 환경에 적응하랴 시험보랴 부담이 크다.

새 학년이 8월말이나 9월초에 시작하므로 어느정도 영어를 숙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연초에 유학을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11월부터는 유학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1,2월에 입학원서 접수를 마감하고 입학사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4월쯤 입학허가 여부를 통보해준다.

▼대도시를 피하라▼

조기유학은 되도록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져있되 기숙사가 갖춰진 곳으로 보내는 것이 좋다. 향락산업 등이 발달한 대도시에서는 호기심 많고 혈기왕성한 아이가 공부에 전념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넓은 세상으로 내보라’라는 유학지침서를 쓴 김유미씨는 “특정 종족이 몰려 있는 동네를 피하고 중류층 사회를 반영할 수 있는 학교가 좋다”고 강조했다.

학교 선정은 자신의 수준에 맞추는 것이 포인트. 명문 사립학교에 가서 뒤떨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중간 수준의 학교를 선택해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낫다. 그래야 자신감도 생기고 대학에 진학하는데도 유리하다.유학원 선택도 주의학교 고르는 방법중 가장 쉬운 것은 유학원 이용. 전국에 509개 유학원이 정식등록돼 있다.

그러나 유학원에서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하는 것은 절대금물. 자칫 자신들과 자주 ‘거래’하는 학교 위주로 소개할 우려가 있다. 일부 유학원은 학생모집에 애을 먹는 학교와 계약해 학생들을 보내고 커미션을 받기도 한다. 특정 학교만을 ‘명문’이라고 강하게 권하며 고집할 경우에는 주의해야 한다.

바람직한 방법은 대사관이나 교육청 등 관련기관이나 해당학교와 직접 접촉해보는 것. 인터넷이나 전화 팩스로 용건을 적어보내고 관련 자료를 요청하면 보내준다.

▼“나,돌아옵니다”▼

학교의 입학허가를 받고 나서도 아직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다. 학생비자 취득하기. 미국 유학 문제의 절반은 사실상 비자발급 문제라는 게 유학 관련업계의 얘기다. 캐나다와 호주의 유학생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도 미국유학비자를 발급받는데 실패해 목적지를 바꾸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97년 4월 새 이민법 발효 이후 F―1(학생비자)받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문제는 일부 유학원에서 ‘유학비자를 못받아도 방문비자(B―1, B―2)를 받고 나가 현지에서 바꾸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유학희망자를 속인다는 점. 방문비자를 받고 현지에 가서 사립학교에서 영어연수나 공부를 하는 것은 불법이며 설사 현지에서 학생비자로 변경하더라도 다시 한국에 들어오기가 어려워진다. 유학원에서는 비자발급 직전 즉, 비자 신청까지의 과정만 책임지므로 자칫 비자도 못받고 비용만 날릴 우려가 있다.

학생비자 발급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①수학(修學)능력 ②불법체류 가능성 ③사회문제의 야기 가능성 등 세 가지. 미국 대사관 관계자는 “공부하러 갔다가 반드시 돌아올 것임을 확실히 인식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유학상담 전문가인 CHI 김덕환대표는 “영사와 인터뷰할 때 왜 가야 하며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 영어 또는 우리말로 또박또박 강한 어조로 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학전문 CHI제공 체크리스트▼

자녀의 조기유학을 고려하는 부모에게 가장 큰 걱정은 ‘과연 아이가 낯선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 다음은 미즈&미스터팀이 유학상담 전문가인 CHI(02―3443―2650)의 김덕환대표에 의뢰해 만든 ‘조기유학 성공가능성 체크리스트’.

1.외국상표를 선호하는 편이다.

2.한달에 3권 이상 책을 읽는다.

3.학과목중 아주 잘하거나 좋아하는 과목이 하나도 없다.

4.용돈을 주면 일부 저축한다.

5.학교가기싫다는말을자주한다.

6.흡연이나 음주를 하지 않는다.

7.이성친구를 여러명 번갈아 가며 만난다.

8.놀러 오는 친구가 많은 편이다.

9.선생님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10.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1.사소한 일도 부모와 상의한다.

12.흑인종을 ‘깜둥이’, 일본인은 ‘쪽발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13.형제자매나 친구와 충돌이 잦다.

14.동물을 좋아하고 아끼는 편이다.

15.작은 일에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16.만화든 소설이든 재미있는 책을 보면 밤을 샐 정도로 열심히 본다.

17.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 등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18.외국여행 경험이 있다.

19.최근 1년안에 질병으로 5회 이상 약국이나 병원을 찾았다.

20.음악 미술 운동 등 특별활동에 관심이 많다.

21.식사할 때 좋아하는 음식 외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

22.친구나 부모에게 말을 먼저 거는 편이다.

23.버스나 지하철에서 노약자나 임산부에게 자리를 양보한 적이 없다.

24.아파도 식사는 꼭 챙겨먹는다.

25.남들과 어울려 놀기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한다.

26.궁금한 것은 꼭 물어본다.

27.약속을 자주 깜빡 잊는 편이다.

28.스스로일어나침구정리를한다.

29.하루 4시간이상 TV를 본다.

30.영어실력이 또래에 비해 뛰어난 편이다.

◎채점&평가

각 문항별로 짝수는 ‘그렇다’ 1점, ‘아니다’ 0점. 홀수는 반대로 ‘그렇다’0점,‘ 아니다’1점.

▽권장형(25∼30점)〓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

▽보완형(11∼24점)〓독립심 사회성 체력지적능력등어느 한 부분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음.

▽숙고형(10점 이하)〓왜 조기유학을 보내려고 하는지 다시한번 점검해야 할 듯.

▼유학비자인터뷰 성공학례▼

미국 유학 비자를 받으려면 서류도 중요하지만 영사와의 인터뷰(통역 가능)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5년짜리 F―1비자를 받고 미국 보스턴 지역 고교로 유학간 이모양(16)이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을 소개한다.

“장발장이 나의 진로를 바꿨다. 초등학교 6학년 도덕시간에 선생님께서 ‘장발장의 도둑질, 그리고 그에 따른 처벌에 대한 생각’에 대한 발표를 시켰다.

대부분 아이들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그를 변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차례가 됐다.

‘소설속의 인물 장발장이 살았을 당시 프랑스는 혁명에 의해 국민들이 빈곤에 허덕이고 있었고 도둑질은 일상생활이 됐다. 물론 도둑질은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처벌이 너무 무겁다. 19년 감옥생활이라니. 또 그들은 도덕이란 말을 사용해 자신들보다 약한 인간을 마치 동물취급했다….’

나는 내 주장을 펼치면서 어느덧 억울하게 고통받는 사람들과 그들의 대표인 장발장에게 동화되어 갔다.

나는 국제변호사가 되기 위해 영어의 본고장이자 세계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다. 그곳에서 목표를 이룬 후 한국에 돌아와 유능한 국제담당변호가 되는 것, 그것이 나의 꿈이다.”

△미즈&미스터팀

김순덕차장 이호갑기자

이승재기자 이나연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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