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임근우, 선사유적 발굴현장서 퍼포먼스 펼쳐

  • 입력 1999년 10월 31일 21시 25분


‘고고학과 행위예술의 만남’

95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작가인 화가 임근우가 역사 유적지 발굴현장에서 퍼포먼스를 펼쳤다.

임근우는 10월26일 경기 부천시 고강동 야산의 선사유적 발굴조사현장에 발굴팀과 함께 있었다.

한양대 배기동교수팀이 발굴한 현장에서는 청동기시대의 마을터로 추정되는 유적이 나타났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야산 정상에 수백개의 돌무더기가 쌓여있던 흔적. 배교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일종의 제단이 아니었던가 싶다”고 말했다.

임근우는 돌무더기 제단을 붉은 천으로 덮었다. 그속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적막속에 주변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소리가 야산을 울렸다. 이윽고 천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붙은 나무막대기로 천위에 여기저기 구멍을 뚫기 시작했다. 이어 향냄새가 진동했다. 임씨가 밖으로 나왔다. 색색의 천이 붙여진 옷차림. 무당을 연상시키는 복장이었다. 커다란 향로를 들고 있었다. 그는 엎드려 절한 뒤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를 신발과 함께 종이에 싸서 다시 천속에 넣었다.

관객은 뜻모를 행동에 어색한 웃음을 짓거나 당혹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옛사람들이 제사를 올리며 기쁨과 즐거움을 염원하던 장소에서 다시 한번 제사를 올렸다. 옛사람들을 기리고 현대인의 즐거움도 염원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신체일부와 신발을 옛 제단에 바침으로써 옛사람과 자신이 인연의 끈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시도한 것이다. 임근우는 과거와 현재를 한 화면에 담아 시공간의 제약을 극복하려는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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