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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22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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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다분히 정치적인 노력으로 미국에서는 여성의 과학기술계 진출이 지난 10여년간 상당히 많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과학과 기술은 대체로 금녀구역으로 남아 있다. 한국의 경우는 그 성비(性比)불균형이 불합리를 넘어 수치스러운 수준이다.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는 바로 이 불균형에 관해 논의한 여러 학자들의 수상을 엮은 책이다. 페미니즘을 이론적으로 분석하는 사회학자와 과학사학자들은 물론 모혜정, 김명자교수 등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과학자들이 참여해 이론과 실제의 균형을 이룬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여자와 남자란 염색체 한 조각밖에는 다른 것이 없지만 그로 인한 유전적인 차이를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차이로 인해 여성이 사회적으로 열등한 성이 되어야 할 근거는 전혀 없다. 남성과 여성은 그저 다를 뿐이다. 꼭 잘나고 못남을 따진다면 쭉정이 염색체를 가진 쪽은 사실 남성이다.
시대는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절규했던 ‘제2의 성’은 이제 바야흐로 헬렌 피셔의 ‘제1의 성’(피셔의 최근 저서)으로 당당히 탈바꿈하고 있다.
여성은 더 이상 열등한 존재가 아니며 여성우월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알리는 책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국제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월등함이 입증된 우리 여성들에게 과학은 물론 다른 모든 분야에서 자리를 비워줄 때가 온 것이다. ‘남성의 과학을 넘어서’는 이런 준비작업을 위한 좋은 입문서이다.
홍성욱(서울대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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