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인터뷰]개막작 '박하사탕' 이창동 감독

  • 입력 1999년 10월 14일 18시 26분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하사탕’의 이창동감독(45).

그는 교사에서 소설가로, 다시 영화감독으로 변신을 거듭해온 독특한 ‘인생 이력서’와 남다른 작품 세계로 충무로에서 주목받아온 인물이다.

97년 호평받은 데뷔작 ‘초록물고기’에 이어 2년만에 내놓은 ‘박하사탕’은 1일 예매 첫날 3000석이 모두 매진됐다. 이 작품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압군, 시위학생의 고문경관 등으로 우리 현대사에서 ‘가해자’ 쪽에 섰던 40대 영호(설경구 분)의 과거 20년을 거슬러가면서 순수한 한 인간이 타락해가는 과정을 그려낸 드라마다.

14일 오후3시반경 이 영화의 시사회가 끝난 뒤 부산시 해운대구 수영만의 시네마테크에서 그를 만났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소감은?

“한국 영화는 물론, 영화제 전체를 대표하는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기쁨과 부담을 함께 느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허점이 많이 보여 가슴이 후벼파지듯 아프다. 영화제가 끝난 뒤 개봉을 위해 편집과 녹음 등 추가 작업을 벌일 생각이다.”

―영화가 다소 어렵다는 말도 있는데….

“20년의 시간을 일곱 토막을 내며 역순으로 흘러간 구성 때문이 아니겠는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뭔가 따뜻한 가슴으로 세상을 만났던 순수함을 담고 싶었다. 20대의 시간은 너무 많아 기다리는 것이고, 40대의 그것은 짧고 무섭고 섬뜩하다. 어떤 면에서 주인공은 내 자신이기도 하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스타가 아니라 신인을 주인공으로 기용했는데….

“물망에 올랐던 스타 배우들은 고정된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그래서는 작품이 요구하는 일곱 가지의 다른 내면을 연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호 역의 설경구는 속이 깊은 우물처럼 퍼낼 게 많은, 잠재력있는 연기자다.”

〈부산〓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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