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인간복제 화두 '클론 and 클론'

  • 입력 1999년 10월 8일 18시 28분


▼ 클런 and 클론 / 스티븐 제이 굴드 외 지음/ 이한음 옮김 / 그린비

수백명의 아인슈타인과 수백명의 히틀러가 거리를 활보한다면, 미국 프로농구가 마이클 조던으로 모두 채워진다면….

복제 인간. 그는 선택받은 인간인가, 아니면 영혼 없는 창조물에 불과한가. 복제양 돌리의 탄생으로 촉발된 유전자 복제, 인간 복제 찬반 논란.

9월10일,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배심원으로 선발한 16명의 시민 패널은 3박4일간의 전문가토론을 경청한 뒤, 14대2로 인간복제실험 금지 평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논란은 시작일 뿐이다.

‘당신도 복제될 수 있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인간 복제에 관한 이론과 찬반 논란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미국의 유명 과학자이자 저술가인 스티븐 제이 굴드, 브라운대 철학교수이자 작가인 펠리시안 에커만,시카고대 종교철학교수인 웬디 도니거 등 27명의 과학자 철학자 작가와 미국 국가생명윤리 자문위원회의 글이 실려있다.

인간복제 반대론의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된다는 점. 인간 복제가 상업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반대론자들은 인간 유전자를 복사해서 만든 배(胚)가 시장에서 매매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럴 경우, 등급을 매겨 위대한 인물의 배는 고가에 팔려나갈 것이다. 이것은 인간 존엄성의 파괴다. 동시에 유성생식의 장점인 우성 인자의 생존이 사라져 유전인자의 발달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인간은 더이상 진화하지 못하고 정체 혹은 퇴화된 상태로 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찬성론도 만만치 않다. 이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의학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 유전자 복제를 통해 이식 가능한 신장이나 골수를 만들어낸다면 이식용 장기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복제는 오히려 생명을 존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이 책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간 복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인간이 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는 이 엄청난 사건 앞에서 우리가 너무 무관심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에게 인간복제는 해외토픽도 아니고 가벼운 가십거리도 아니다. 아직 과학의 승리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좀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감칠 맛’중 하나는 인간복제를 주제로 한 시와 소설을 수록한 점. 인간 복제를 신비롭게 혹은 두렵게 바라보는 인간의 시선이 잘 드러난 글들이다. 432쪽, 1만3900원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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