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테너」 브라이언 아사와 내한공연

  • 입력 1999년 9월 8일 19시 24분


“세상에서 가장 여성다운 목소리를 찾아오거라.”

옛날 옛적, 임금님이 영을 내렸다. 전국을 뒤져 마침내 찾아낸 노래꾼. 멀리서부터 울려오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임금님은 반해버렸다. 그러나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가수는 남자였다.

상상속의 동화다. 그렇지만 카운터테너 브라이언 아사와라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됨 직 하다.

카운터테너란 남성의 목소리로 여성의 음높이를 노래하는 가수. 거세(去勢)가수 카스트라토와는 구분되지만 교회에서 여성의 노래를 금지했던 중세 전통에 따라 주로 교회에서 활동해 왔다.

오늘날 부흥기를 맞은 카운터테너 중에서도 아사와의 목소리는 가장 높은 지점까지 ‘겁없이’상승하며 가장 화려하다. 많은 이들로부터 “원숙한 나이의 소프라노 음성을 듣는 것 같다”는 평을 받을 정도다.

숄 메라 다니엘즈 등과 함께 카운터테너의 선두그룹을 이루고 잇는 일본계 미국인 아사와. 그가 19일 오후7시반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최근 카운터테너의 인기가 부쩍 높아졌지만 해외 카운터테너가 국내에서 독창회를 갖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와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91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디션에서 우승하면서 부터. 흔히 볼 수 없는 ‘제 7의 음역(音域)’으로 오페라 경연에서 우승했다는 사실부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97년 RCA 레이블로 첫 독집 ‘어둠은 나의 기쁨’을 내놓으면서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그의 목소리는 전세계 음악팬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러나 정작 이야깃거리는 작년 발매된 두번째 앨범 ‘보칼리즈’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 앨범에서 바로크시대 오페라아리아와 교회음악으로 대표되는 카운터테너의 ‘고정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라흐마니노프 포레 빌라로보스 등이 여성(女聲)을 위해 작곡한 노래들을 노래했다. 카운터테너로서는 처음으로 19,20세기 소프라노 레퍼토리에 도전한 것.

“음높이 음색 음악성에서 메트로폴리탄 주역 메조소프라노 폰 슈타데와 비길만 하다.”

미국의 ‘오페라’지는 이렇게 그의 노래를 격찬했다.

내한독창회에서 아사와는 헨델과 스카를라티의 바로크 가곡들과 ‘송어’ ‘밤과 꿈’ 등 슈베르트 가곡,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중 ‘사랑의 괴로움 그대는 아는가’ 등을 노래한다. 페터 그룬베르크가 피아노반주를 맡는다. 02―598―8277(크레디아)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