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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5일 2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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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짜 중증은 ‘대통령’징크스다. 대통령에 관한 책, 그 중에서도 전기를 낼라 치면, 실속을 챙기기는 고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판사가 그로기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전집물 출판사로 유명했던 휘문출판사는 유신시대 말기 ‘가까이서 본 박정희 대통령’이라는 책을 내고 활동이 뜸해졌다. ‘삼중당 문고’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삼중당은 비슷한 시기 박목월 시인의 ‘육영수여사’를 펴낸 이후 내리막길로 들어섰다가 결국에는 문을 닫았다.
70년대 ‘동서그레이트북스’를 낸 바 있는 동서문화사 역시 전두환대통령의 전기 ‘황강에서 북악까지’를 내고 출판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5공 초기의 일이다. 문민정부의 황태자 김현철씨가 몰고온 파장은 대통령 징크스의 가장 가까운 사례. 굴지의 단행본 출판사였던 고려원은 현철씨의 ‘하고 싶은 이야기 듣고 싶은 이야기’를 출간한지 2년만에 부도를 맞았다.
70년대부터 ‘홍성신서’를 내던 ‘홍성사’는 대통령 징크스의 화마를 가까스로 피한 경우. 80년대 초반 청와대로부터 잡지 창간을 제안 받은 이재철대표는 몇날밤을 고민하다 이 제안을 거절했다. 이 덕택인지 ‘홍성신서’는 80년대 사회과학 붐의 기틀을 조성했다는 평가와 함께 지금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됐다.대통령 징크스는 역대 정권들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정통성 부족과 친인척문제에서 비롯됐다.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의 책을 펴낸 출판사는 ‘어용’으로 낙인찍혀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나 아닌지. 보다 근원적으로는 출판의 매체적 특성이 가져온 결과로 보인다. 모름지기 출판의 본분은 권력에 가까이 가기보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아니겠는가?
최성일(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