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인전 독서법]위인들 인간적인 면 부각시켜라

  • 입력 1999년 5월 17일 19시 28분


미국에서 살다 최근 귀국한 김명희씨(36)는 초등학교 5학년인 큰 애(11)가 위인전을 읽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견해서가 아니다. 독후감 숙제를 위한 독서였기 때문.

“미국에서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위인전 읽기’를 시작하지만 숙제는 없습니다. 숙제로 읽으면 가슴이 아닌 머리로 읽게 돼 시간이 지나면 그 위인은 잊히기 때문입니다.”

수백종의 위인전이 시중에 나와 있고 자녀에게 위인전 한 두권 이상 선물하지 않은 부모가 거의 없다. 위인들의 덕목을 가르치려는 부모의 소망 때문.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위인전은 책꽃이에 장식용으로 전락한다. 위인전을 위인전답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위인 시리즈를 낸 자유지성사 위인전편찬위원회 이종은위원이 추천하는‘위인전 독서법’을 소개한다.

▽‘신의 자식’→‘사람의 자식’〓 위인전의 내용은 대부분 천편일률. 모범생에 어른이 돼도 남에게 손가락질 한번 받지 않는 인물로 묘사돼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많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다. 위인의 삶을 그대로 배우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 위인들도 잘못하고 장난도 치는 인물임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함께 읽고 비교하며 대화하면 효과 만점. “에디슨은 너 만할 때 계란을 품었다가 혼났지만 훌륭한 발명가가 됐지” “오성과 한음도 어릴 때는 동네에서 유명한 장난꾸러기였어”. 위인과 아이의 거리감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 키 포인트.

▽가슴에 담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위인전의 인상깊은 장면을 그리도록 한다. 이순신 장군이 무과시험에서 낙마해 부상했지만 끝까지 달리는 모습을 그린다면 아이의 가슴에는 ‘용기’가 심어질 것이다.

▽노래말 짓기〓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위인전 내용으로 바꿔부르도록 한다. 고학년은 ‘랩송’도 괜찮다. 가사가 유치해도 자녀가 쓴 그대로 놔둔다. 중요한 것은 노래하면서 그 위인과 만나는 것이기 때문.

▽이달의 문화인물〓 문화관광부가 선정하는 ‘이달의 문화인물’이 신문에 발표되면 관련 기사를 아이와 읽으면 좋다. 자녀를 데리고 위인의 탄생지 등을 찾아 아이 눈으로 위인의 발자취를 더듬게 해본다.

▽비판력 키우기〓 위인전만큼 좋은 토론 재료도 없다. “너 같으면 이때 어떻게 하겠니” “너는 이 행동을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질문해 사고력을 길러준다. 존 F 케네디의 경우 정치인으로는 인류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지만 남편으로서는 ‘부정한 사람’이라고 비판할 수 있다.

▽위인전집 활용법〓 전집의 경우 국내외 인물을 분야별 시대별 주제별로 연결해 읽히는 것도 방법. 예를 들어 △광개토대왕과 징기스칸 △유관순과 잔다르크 식이다. 읽은 뒤 두 인물을 비교하면 재미도 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