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퐁텐서점은 한번 폐업했다 4년전 다시 문을 열었다. 슈퍼마켓에서 베스트셀러와 문고판 등을 판매하자 서점을 찾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인구 10만명의 발랑스에서만 15년간 12개의 서점이 사라졌다.
재개업한 뒤 주인 이봉 베시에르는 주민들을 위한 문화강좌부터 마련했다. ‘현대철학의 관점으로 본 인간학’에서 ‘빵을 맛있게 굽는 법’까지 강의내용은 주민들의 요구에 맞춰 다양하다. 최근에는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발랑스 박람회에 맞춰 한국책 특별전을 마련하기도 했다.
“서점은 주민들이 아무때나 들러 자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열린 공간,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정거장이 돼야 합니다. 그게 바로 슈퍼마켓 서적판매대와 서점의 차이지요.”(베시에르)
책값을 깎아파는 대형할인매장과 화려한 대형서점 틈바구니에 끼어 생존경쟁을 벌이는 한국의 동네서점들. 지역주민을 서점의 벗으로 만듦으로써 생존근거를 마련하는 라퐁텐의 경험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발랑스〓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