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도서]「이광수와 그의 시대」「중세문화의 재인식」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김윤식(63)과 조동일(60). 이들에겐 공통점이 많다. 서울대 국문과교수. 현대문학과 고전문학의 대가. 문학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고집. 그리고 왕성한 저술활동까지(김윤식은 80여권, 조동일은 40여권). 그들이 또다시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긋는 역저를 냈다. 그들은 왜 이렇게도 문학에 매달리는가. 문학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들의 문학적 사유와 고뇌는 무엇인지.》

★「이광수와 그의 시대」김윤식 지음 전2권 솔★

‘이광수는 만지면 만질수록 그 증세가 덧나는 그런 상처와도 같다. 한국 현대문학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지만, 그의 친일(親日)로 한국정신사에 역시 감출 수 없는 흠집을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문학평론가 김현)

그 이광수라는 인물에 30년이나 매달려온 김윤식. ‘이광수와 그의 시대’(전2권·개정증보·솔)는 그 30년 문학 편력의 결실이다. 왜 이광수인가. 그는 좋든 싫든 우리 현대사를 성찰하게 해주는 하나의 거울이다. 현대사의 영욕을 한 몸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광수는 김윤식에게도 애증의 존재다. 그러나 이광수의 삶과 문학를 바라보는 시선은 시종 번득인다.

“한사람이 세상을 살아 나가는데엔 자기만의 틀이 있습니다. 이광수에겐 그게 바로 고아의식이었습니다. 열한살에 부모를 잃은 이광수. 고아가 아니었더라면 그는 문인이 될 수도, 출세할 수도 없었던 것이죠. 그의 소설 주인공이 고아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이것은 당시 나라(아버지)를 잃은 식민지시대의 고아의식과 맞물렸고 그것이 증폭되면서 문학적 성과를 이뤘던 것입니다.”

문예지나 단행본으로 나오는 문학작품을 거의 빼놓지 않고 섭렵하는 김윤식. 철저한 실증 정신과 빼어난 통찰력으로 한국 현대문학사에 큰 산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그는 늘 문학을 당대의 역사 속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작가의 정신적 흔적을 탐색한다. 작가와 만나고 작가에 맞선다. 작가와 함께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고 그를 다시 이 시대의 한복판으로 끌고 나온다.

그러면 김윤식에게 문학은 과연 무엇일까.

“역사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논리적인 극복과 문학적 극복이죠.논리적 극복은 비교적 쉽습니다.그 러나 문학적 극복이 이뤄질 때 진정한 극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서적 극복이니까요. 일제 식민시대가 그렇고 80년 광주가 그렇습니다.”

‘이광수와 그의 시대’도 그러한 맥락이다.

★「중세문화의 재인식」조동일 지음 지식산업사★

지금 조동일은 야심만만하다. 세계문학사를 완성하겠다는 의욕 때문이다.

그가 펴낸 ‘중세문학의 재인식’ 3부작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시아문학’ ‘공동문어문학과 민족어문학’ ‘문명권의 동질성과 이질성’(지식산업사)도 그 작업의 일환. 한국문학에서 동아시아문학을 거쳐 이제 세계문학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중세문학인가.

“세계적으로 중세 문명은 평등했고 중세 문학은 종교적이고 성스러웠다고 말할 수 있죠. 동아시아문학을 하나면서 여럿이라고 하는 것도 중세보편주의의 공통된 이상을 여러 민족이 각기 다르게 구현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 중심의 문학관, 근대중심주의를 극복하고 세계 보편의 문학사를 구축하고 싶은 겁니다.”

조동일은 문학과 사상을 통해 보편적인 세계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들 책에서 중세 각 문명권 문학의 보편성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세계문학사의 보편성으로 구현하고자 한다.

“정치 경제로만 바라보면 제3세계는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나 문학 사상의 눈으로 바라보면 역전이 가능합니다. 제3세계 정치인은 절망하지만 문학하는 사람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제3세계의 문학으로 서구의 문학을 포위 공격하는 것입니다. 중심부는 늘 주변부에 의해 정복당해왔다는 역사적 사실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유럽중심주의를 극복하려 하다 자칫 한국의 문학사, 동아시아의 문학사 중심으로 기우는 것은 아닐지. 조동일은 그렇지 않다고, 자기중심주의를 경계하겠다고 말한다. 86년 ‘세계문학사의 허실’이란 저서를 내면서 이 작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조동일. 지금으로선 2002년 완결편인 ‘세계문학사의 전개’(가제)를 펴내는 것이 목표다. 그 때, 그의 30년 문학 인생도 승부가 날 것이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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