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수녀-정녀모임 「삼소회」 北돕기 음악회

  • 입력 1999년 4월 22일 19시 39분


『저희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가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욕심과 갈등으로 갈라진 세상을 화합시킬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울려퍼졌으면 좋겠습니다.』

불교의 비구니와 천주교의 수녀, 원불교의 정녀들의 친목단체인 삼소회(三笑會)가 5월8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북녘 어린이 돕기 삼소 음악회’를 연다. 88년 삼소회가 설립되던 해 서울 장애인올림픽 기금마련을 위해 공연한 이후 두번째 대규모 공연이다.

2부로 구성된 전체 행사 중 1부는 합창 순서.

1백20여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목숨들 꽃처럼 어울려’란 삼소회 주제가와 종교간 화합을 다지는 ‘한누리 한가락이어라’ 등을 부른다. 2부에서는 수도생활 중 평소 틈틈히 익혀왔던 솜씨를 보여준다. 천주교 수녀들은 ‘꽃씨를 거두며’ 등 대중가요를, 정녀들은 농부가 등의 민요를 각각 부른다. 이어 자인사 동희스님의 바라춤 및 범패 공연도 이어진다.

공연 마지막 순서에는 각 종교 남성수도자들이 찬조출연, ‘아침이슬’ ‘사랑을 위하여’를 관객들과 함께 부른다.

KBS TV는 이날 공연을 녹화방송할 예정이며 ARS를 통해 시청자 모금도 계획하고 있다.

합창단은 지난 16일부터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막바지 총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평소 염불을 외던 비구니 스님들과 성가를 부르던 수녀, 정녀들이 노랫가락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도현(度炫·서울 동작구 상도동 정혜사)스님은 “조용히 수도생활을 하는 사람들이지만 울타리를 벗어나 서로를 배우는 일은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돼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삼소회(三笑會)’란 명칭는 1천5백년 전 중국의 고사 ‘호계삼소(虎溪三笑)’에서 따온 것. 호계밖을 나서지 않겠다고 스스로 계율을 정한 중국 여산 동림사의 고승 혜원(慧遠)은 유학자 도연명(陶淵明)과 도인(道人)으로 이름난 육수정(陸修靜)이 찾아온 날 정담을 나누며 걷다가 무심코 30년간 지켜온 계율을 깨뜨린 것을 깨닫고 함께 크게 웃었다고 전한다. 이 때부터 호계삼소는 종교간 화합을 상징하는 말이됐다. 02-757-894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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