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향악단, 지휘자-단원간「불협화음」심각

  • 입력 1999년 4월 18일 20시 37분


음악계의 고질병인 지휘자와 단원 사이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강릉시립교향악단이 최근 오디션을 통해 기존 상임단원 일부를 해임하자 이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 해임된 단원들은 시에 연명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일전불사’의 자세다.

이런 사태가 처음은 아니다. 올해만 해도 수원 대구 전주시향 등 곳곳에서 단원해촉이나 단원들의 지휘자 불신임사태가 벌어졌다. 내용은 판에 박은 듯 대동소이하다. “실력없는 지휘자가 시의 후광을 업고 미운털이 박힌 단원들을 내몬다”라는 해직 단원들의 주장.

지휘자는 “연주력 향상이 시급한 과제이므로 기량이 낮은 단원들을 배제한 것”이라고 말한다.

무조건 한쪽의 편을 들기는 힘들다. 신생 악단이나 소도시 악단일수록 지휘자와 단원 사이에는 서로의 기량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다. 오디션을 자신의 파벌굳히기로 이용하려는 지휘자나, 연습없이 자리보전에만 급급한 단원들이 있는 한 비슷한 갈등은 언제라도 재연되기 마련이다.

음악인들은 해결책으로 음악감독제 또는 운영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 갈등의 소지가 있을 때 지역의 대표적인 예술가들이 미리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 현재 지방악단의 키를 쥔 단장들은 대부분 음악에 문외한인 부시장들이 맡고 있다.

‘실력없는 단원들’을 거론할 때마다 단원들이 제기하는 주장에도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연주에만 전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느냐”는 것. 이번에 문제가 된 강릉시향의 경우 상임단원의 보수는 월 40만원 안팎. 그나마 상임단원의 비율도 턱없이 낮아 강릉시향은 60여명의 단원중 10명만 상임으로 유지해 왔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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